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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드아키택트 Apr 23. 2024

건축 시뮬레이션이 어려운 이유

D+25

건축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하려는 노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뮬레이션보다는 목업을 통해 성능을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는 배경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1. 시뮬레이션을 위한 모델링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건축 시뮬레이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거동을 시뮬레이션하는 경우도 있다. 거동이란 바람, 지진 등에 의해 건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이다. 이런 거동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건설 지식을 기반으로 제대로 3D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건설 지식은 모델을 단순히 찰흙 문지르듯 만드는 게 아닌, 여기와 저기는 볼트로 조립되는지, 콘크리트로 양생 하는지 등의 지식을 뜻한다. 

커리어로 현장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계속 지내고 지원부서에서 보내는 사람은 계속 지원부서에 있게 된다. 그러면 현장의 실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모델을 주로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시뮬레이션을 위한 모델링 지식을 가진 사람도 흔치 않고, 안다 해도 너무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선 일부분 목업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한다


2.  GIGO

학부시절 친환경 수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꽤나 열심히 했고, 교수님 말을 새겨들으려 노력했다. 실습으로 친환경 분석을 돌리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교수님이 해준 말이 있었다. "Garbage In, Garbage Out". 좋지 못한 데이터가 들어가면 결과도 안 좋게 나온다는 뜻이다. 일조량, 풍향, 습도 등 데이터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어야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하던 당시 제대로 된 데이터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랑 최대한 유사한 일본 데이터 등등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곤 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3. 실제 시공물의 품질을 논하기 어렵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하게 된다. 가령 철골을 접합하기 위해 볼트 구멍을 6개를 뚫기로 했다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는 6개를 놓고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현장이란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컴퓨터로 건축을 해본 나로선 분명 방법이 있다 말하고 싶지만, 눈앞에서 빨리빨리 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특성상 현장에서 빠르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계획과 실제가 차이가 꽤나 존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계획상 내용이 실제에 얼마나 반영될지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시뮬레이션이 재밌고 유용해 보이긴 하지만 정말 맞는지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4. 좋은 컴퓨터와 비싼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

건축 시뮬레이션 중 가장 비싼 것은 Computer Fluid Dynamics(CFD)다. 그럴싸한 바람길 시뮬레이션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CFD의 결과물이다. 근데 이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선 상당히 좋은 컴퓨터와 비싼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래도 카티아를 해봤으니, 카티아 계열 중에 CFD 제품도 있다. 물론 가격이 매우 사악하다.

CFD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때 모델링 된 형상들이 작은 삼각형으로 쪼개진 후, 이 각각 삼각형과 바람 간의 관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예전에 CFD 전문가를 인터뷰해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삼각형을 쪼개는 방식과 개수에 따라 성능 차이가 상당하다고 했다. 삼각형을 쪼개는 개수만큼 현실과 유사한 거동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컴퓨터도 상당히 비싸진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회사에선 운용할 수 없다. 

그리고 비와 같은 액체는 그나마 많이 시뮬레이션이 행해지는 것으로 아는데, 눈, 진흙 등과 같은 다른 거동을 하는 유체 또는 물체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훨씬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결로는 오랜 기간 멀쩡한 집이 가장 옳았던 것

결국 이런 시뮬레이션보다 실제로 지어진 집을 선호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50년 후에도 그 자리에 별 문제없는 건물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 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다. 자기가 옳았단 느 것을 몇십 년 후에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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