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리의 관록은 가을 산책길에서 만난 국화꽃을 닮았습니다.
가을을 만났습니다.
마치 구름에 바람 실리 듯 마음이 실려 갑니다.
깊은 향 품은 국화꽃이 산책길을 같이 해 줍니다.
마치 저를 국화꽃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제 마음이 이리도 싱숭생숭한지 모르겠습니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봄이면 봄대로 제 마음 흘기던 이 길이
오늘따라 상념의 고갯길 같습니다.
18살 때부터 무리하게 노동을 했습니다.
공사판에서 모래도 시멘트도 등짐을 져서 날랐지요.
어느 날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했습니다.
기초가 없던 저는 밤을 새우며 검정고시와 대입을 준비했습니다.
대학을 들어가서는 학생운동에 열심이었습니다.
물론 청춘에 빠질 수 없는 열정적인 사랑도 있었습니다.
때론 무성하고 짙푸른 여름 햇살처럼,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풍우처럼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은 그리 지나갔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보다 좀 더 성숙해진 제 자신이 좋고, 물러설 때와 포기할 때, 양보할 때와 다시 불을 지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좋습니다.
이 분별력이 바로 우리가 피워낸 관록의 향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국화꽃입니다. 비록 남이 알아주든 아니든 꽃은 핍니다.
을씨년스러울 수 있는 이 가을을 곱게 피워주는 국화꽃.
진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깊은 향을 바람 따라 전해주는 우리는 국화꽃입니다.
그 향은 온 삼라만상에 전해질 것입니다.
가보지 않았던 또 다른 길, AI시대를 관통해 들어갈 것입니다.
어떻게? 아직 모릅니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넘어본 관록이 있다는 겁니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아는 것 한 가지는 첫 경험을 할 때는 ‘옛 것은 지났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노라’를 선포하고 실천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