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어려움은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애 초기에는 누구나 불타는 관심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밤이면 전화로 속닥인다.
어느 날 문득 전화나 문자가 뜸해지는 순간, 의심이 한 자락 고개를 내민다. 급진전이 있었지만 아직은 서로의 신상이나 마음을 잘 모르는 무지의 상태.
S는 어제 만났으나 다음날 종일 연락이 없는 M이 궁금해졌다. 습관처럼 매일 계속되던 안부 문자가 오지 않으니 섭섭하다. 스토커 같다고 타박을 할 때는 언제고. 주말에 각자 집에서 쉬기로 했으니 저녁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봤다.
"오늘은 푹 쉬셨어요?" S는 슬그머니 물었다.
"쉬고 있어요. 푹요 ㅎ"
"잘하셨네요. 저도 좀 피곤해서 집에 있었습니다.
운동만 잠깐 다녀오고요."
침묵. 대화가 이내 끊어진다. 무슨 일이지? 바쁘시냐 물었더니 저녁을 준비하는 참이란다. S는 혼자 집에서 뒹굴며 쉬고 나니 무료하고 공허해지는 참인데 M은 동굴에 들어가고 싶은지 문자조차 나눌 마음이 없어 보였다.
저녁을 다 먹었을 것 같은데도 연락은 없어서 S는 자기 전 통화라도 할까 하여 슬며시
"매일 통화하다가 연락이 없으니 허전하네요." 하고 서운한 마음을 비쳤다. 반복적인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그래도 안읽씹. S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카톡의 1이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것만 같고 무언가 이상 기류가 느껴진다. 무엇 때문에 연락이 없는가? 혹시 여기서 느닷없이 만남을 그만두고자 하는 걸까?
머릿속에서 무수히 다른 버전의 드라마를 쓰다가 마침내 이별 통보라도 받은 것처럼 어떻게 초연하게 답변할지 결말까지 완결을 해 둔다.
사실 한쪽이 바쁜 상황이면 연락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S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연인들과 그다지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타입은 아니었다. 가족들과도 자주 안부를 주고받는 편은 아니니 떨어져 있을 때는 다른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낸다. 안정 애착형 혹은 회피형의 중간 정도라고나 할까?
요즘 독방에서 홀로 살아서 사람이 더 그리워진 건가. 상태 진단을 위해서 애착 유형에 관한 유튜브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성인 애착(adult attachment)은 발달초기 형성된 양육자와의 애착이 내재화된 것으로, 성인이 돼 중요한 타인과 정서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애착유형으로 총 4개 유형이 있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혼돈형으로 구분된다.
안정형은 혼자 있을 때도 안정감을 느끼는 반면, 불안형은 자신에 대해 상대방이 애정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는 유형, 회피형은 상대방과 지나치게 가까워 지려하는 것을 피하려는 유형, 혼돈형은 불안형과 회피형의 복합적인 유형이다. (출처: 헬스 조선)
이제 막 시작된 연인 관계에서는 서로에 관한 믿음이 크지 않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래저래 눈치를 보면서 마음을 떠 보는 시간도 있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피곤해할까 봐 너무 집요하게 계속 연락을 하거나 다짜고짜 물어보기도 민망하고. 알량한 자존심을 앞세워 두고 서로의 마음을 짐작만 할 뿐이다.
의혹과 불면의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오후가 지나서야 문자가 왔다.
M: ㅋ 허전하셨군요. 죄송합니다 ㅎ.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밤에 통화합시다.
S: 네 전 계속 문자를 안 하셔서 연락을 끊으려고 하시나 생각 중이었어요.^^
내가 또 무슨 말을 잘못했던가 ^^
M: 바쁘네요 ㅎ.”
S: 네 알겠습니다. 날씨가 추운데 수고하세요!^^
M: 네 엄청 추워요. 홧팅하세요.
주말 내내 감기 몸살로 앓아누웠고 회사 일이 바빴던 것뿐이었다니 한참 막장 드라마를 쓰던 S는 머쓱해졌다. 열정적인 연애를 잠시 내려두고 스산한 공기가 감도는 공부방이나 따뜻하게 데워야 할 시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