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러갔다. 아이가 덥다며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았다. 온도에 민감한 자로서 춥다고 하소연을 하였으나 아이는 제가 덥다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아,손님이 오갈 때 아는 도 하지 않는 고양이만큼이나 버릇없는 놈.
결국 제 방에서 세탁을 했다고는 하나 고양이 오줌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담요를 하나 덮으라며 가져다 주었다. 에잇, 치사한 놈.
우여곡절 끝에 수업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져갔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 쪽으로 자꾸 시선이 가곤 한다. 아이가 또 무심하게 제 갈길을 쿨하게 가는 고양이를 번쩍 안아올려서 데리고 왔다. 안겨 있는 폼이 어정쩡하고 억지로 납치당한 것같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재미있었다.
놓아라 이노옴~
아이가 고양이를 안아보라 했지만 겁이 많고 혹시 물릴까봐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아이가 시키는 대로 물지 못하도록 고양이 목덜미를 살포시 잡고 무릎에 올려보았다.
고양이님도 자세가 마음에 드시는지 반항을 하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부드러운 털 결을 따라 머리와 귀와 콧잔등을 번갈아 쓰다듬어 드렸다. 미천한 인간의 마사지가 흡족하셨는지 고양이님도 눈을 지그시 감고 시도 때도 없이 온종일 조는 잠에 빠져들려고 한다. 목구멍에서 만족스러운 갸르릉 소리를 내면서.너를 처음으로 안아보다니 감격스럽구나.
고양이가 앉아 있는 무릎이 딱 그만큼의 넓이로 따뜻해져 왔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대체할 수 없는 온기가 서서히 퍼진다. 아이만큼도 안되는 조그만 몸뚱이지만 안고 있으니 그리 포근할 수가 없었다. 아이고 예뻐라. 점점 심해지는 불치병, 고양이 중독증세.
아함~따뜻하여라.
상자 하나를 가져와서 두 인간의 맹목적인 애정 표현에 지쳐서 숨고 싶어하시는 고양이님을 넣어드렸다. 상자의 작은 구멍을 좀 더 확장하여 큰 창을 내드리고 핸드폰 조명을 더하여 사진을 찍으니 고양이님의 미모가 더욱 빛나신다.
어떠나? 내 미모가
한참 안락한공간에서 쉬시는 고양이님에게 머리끈 하나를 넣어서 흔들며 같이 놀아드렸다. 머리끈 하나에도 격하게 반응하며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시는 고양이님. 진정 소유를 멀리하시고 미니멀한 삶을 사시는 분.
고무줄 하나면 알록달록한 장난감도 필요없을 정도로 격렬한 놀이의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까딱 잘못하여 거리 조절에 실패하면 바로 손가락에 퐁~ 솟아오르는 피를 보게 되지만. 연필이라도 흔들어드리면 발톱을 드러내고 낚아채는 태초의 사냥 본능이 있는 분.살아있네.
걸리면 죽는다 ^^
오늘도 고양이님과 함께 아무 탈 없이 저물어가는 하루. 고양이 한 마리 만큼의 따스함과 애정이라도 인간에게 전달해주는 하루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