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과외 인생 09화

나의 즐거운 과외 생활

미니멀한 생각

by 사각사각

오전에 짜증나는 글을 쓰고 나서 기분이 가라앉으니 과외 생활의 즐거운 면모에 대해서 써 봐야겠다. 사람은 안 좋은 상황을 자꾸 반추하면 기분도 따라서 우울해진다. 그러니 긍정을 비어 있는 우물 바닥에서 억지로라도 끌어올려서 마음을 긍정으로 가득 채워야 비로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과외는 제한된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모여 근무할 일이 없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다른 이들과 꽁냥꽁냥하며 ㅈㄹ 맞은 사회 생활을 견디는 것이 힘들다면 매우 적합한 일이다.


극도로 예민하고 개인주의가 강한 자들에게는 프리랜서란 권장할 만하고 좋은 직업이다. 가끔씩 화를 돋우는 인간들이 있지만 참으로 다행인 것은 그 관계가 금방 정리된다. 잠시 언제 만났었냐 싶게 바람처럼 휘리릭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보면 된다.


이만해도 큰 복인 것이 이상한 인간들과 장시간을 지지고 볶으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니 타고난 수명이 몇 년은 연장된 것 같다. 비로소 장수할 수 있을지도.


오늘은 수업이 두 개 밖에 없다. 보통 세개 정도는 있어야 마땅하지만 뭐 없는 상황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가 더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미니멀리스트로 살면 거칠 것이 없다. 덜 먹고 덜 쓰면 되는 것이니라.


그래서 오후에 가뿐하게 수업 하나를 마치고 와서 한 시간은 집에서 딩굴거릴 여유가 생겼다. 조금 쉬다가 저녁에 또 한 개의 수업을 하러 가면 된다. 따뜻한 방에 누워서 노니락거리니 세상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수업 시간도 재기발랄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정하고 바라는 만큼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시는 만큼 공부를 하도록 했다. 워낙 시종일관 주관이 뚜렷하신 분이라 도저히 말릴 수가 없다. 50센티미터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드론을 자랑하고 싶어하셔서 '원더플, 판타스틱'을 외치며 대략 이 분 정도 조종하는 걸 관람을 해드렸다.


요즘 열 두살이 되어서 사춘기가 오셨다고 하여 기분을 맞춰 드리려고 팔씨름도 했다. 손도 발도 나보다 크고 팔씨름도 삼 초만에 이기셔서 기분이 매우 흡족하신 듯 하여 "유 윈" 도 외쳐드리고. 유치하고 나불나불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걸 보면 아직 사춘기가 안 오신거 같은데 가끔씩 불같이 화를 내시고 본인이 사춘기라 주장하니 인정할 수밖에.


집에 와서 꼬북칩 쵸코츄러스맛을 하나 까먹으니 더욱 기분이 업 된다. 너무 맛있어서 중독이 될까 무섭지만 한번에 과자 두 봉지에서 한 봉지로 줄였으니 앞으로도 기분이 꿀꿀할 때는 당당하게 먹으리라. 그래도 절제라는 걸 아는 인간이다.


오전에 카페에 가서 '행복한 무소유'를 계속 이어서 읽었다. 모처럼 독서에 집중이 잘 되는 날이라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 오늘은 공손하게 형광펜을 들고 밑줄을 치며 읽었다. 언제는 별로라더니 또 오늘은 감탄을 거듭하다니 이래서 인간의 마음이란 믿을 것이 못되는 도다.


바람결을 따라 이리 저리 쓰러지는 갈대처럼 흔들린다는 게 맞다. 마치 요즘에 아침 저녁으로 15도를 넘나드는 변덕스러운 날씨같다. 낮에는 더워서 반팔을 입고 돌아다녔는데 저녁이 가까워지니 어느 새 또 서늘한 한기가 든다니. 에라이~ 믿을 날씨와 인간의 마음이여!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마라.' 라는 제목으로 법정 스님도 글을 적이 있으시다니 왠지 득도를 한 것 같아서 기분이 뿌듯하다. 요즘 항상 되새기는 문장이요 나의 평생의 인간 관계의 모토인 것을. 모든 인간이 인연이 아니면 속세에서 잠깐 만났다가도 제 갈 을 가게 되어 있느니라.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시절인연이란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다. 명나라 말기의 승려 운서주굉(雲棲株宏)이 편찬한 '선관책진(禪關策進)'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로, '시절인연이 도래(到來)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현대에는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뜻으로 통하며 때가 되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인연의 시작과 끝도 모두 자연의 섭리대로 그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뜻도 내포한다. (나무위키)


찰나처럼 만난 인연이 좋은 인연으로 남도록 선함을 갈고 닦으며 살아야 나중에 저 세상을 편히 갈 것이다. 반 강제 자기격리 생활 중에 홀로 산책을 하면서 날마다 글을 쓰고 마음 수양을 했더니 나날이 달관의 경지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어찌됐든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모든 세상의 속박을 버리고 살다 보면 순간 순간이 행복해지리라.

아멘~나무 관세음보살!

도를 닦으리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