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과외 인생 10화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우리를 살게 해주는 힘

by 사각사각

지인과 정오를 넘긴 대낮에 브런치 카페에 갔다. 도무지 지나가다가는 우연히 들어갈 수 없는 한적하고도 외진 장소였는데 주부들이 바글바글한 카페였다. 주변의 이웃들과 여유롭고 우아하게 만나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인 것 같았다. 인터넷 홍보나 강력한 입소문이 없다면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곳인데 참 대단하다.


지인을 만나서 문자로 안 좋은 일을 통보하는 일에 대해서 토로를 했다. 이 분은 나보다 일곱 살 가량 나이가 어리시다. 이 분이 하시는 말씀이 “쌤, 80년 대생 어머니 분들은 문자로 소통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요. 이건 샘이 이해를 하셔야 해요.” 라고 위로가 섞였으나 단호하고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자기 아이와 더 이상 관련이 없으니 문자로 통보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말과 함께. 같은 강사이므로 수업에 관련된 여러 가지 공통 주제에 대해 한참이나 이야기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못내 이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라는 거창하고도 모호한 주제를 꺼내놓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별하게 된다. 항상 만남은 기분 좋게 시작되나 이별은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계약직의 삶을 오래도록 살다보면 당연하게 사람들과 잦은 만남과 이별을 겪게 된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근무할 때 계약이 만료되는 순간이 오면 마음이 그리도 힘들었다. 아이들과 헤어지는 순간에도 참을 수 없는 눈물을 보일만큼이었다.


하지만 이 일들을 거의 매년 겪다보면 사람은 감정에 무뎌지게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인사 한마디도 제대로 없이 너무도 쿨하게 보내주는 모습을 본다. ‘어라~ 그동안 동고동락하며 나눈 우리의 시간은 무엇이었나?’ 여기에서 인간관계의 유효성에 대한 회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스쳐가는 사람 등 때와 상황에 따라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도 그 나라에 깊은 관심을 느끼게 해주고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이나 역사적인 장소라기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헤어지는 마음은 늘 아쉽고 그 장소를 떠나는 마음은 마치 정든 고향을 떠나는 듯 안타깝다. 주책없이 감정적인 인간인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꽤 현실적이고 이성적이기도 하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허물없이 주고 받는 마음과 위안이 혼자 가는 여행조차 외롭지 않게 채워주었다. 아무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받는 소박하지만 정성어린 식사 한 끼. 이런 것들이 다시 힘을 내서 낯선 길을 걷게 해주는 따뜻한 힘의 원천이었다.


인간성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들 때가 있다. 확실히 컴퓨터와 핸드폰이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세대를 사는 사람들은 만남과 이별도 컴퓨터 파일을 지우듯이 간단하게 처리한다.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나 같은 사람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종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것은 큰 도움이나 물질이라기보다는 작은 이해와 너그러운 포용과 마음 한자락을 주고받음이 아닐까.


최근에 분당에 사는 학생이 야산에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학생이 어떤 개인적인 특별한 사정이나 마음으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힘든 순간에 단 한명이라도 이 학생의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시간을 함께 보내주었다면 이 절망적인 마음 상태를 돌려놓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고3 학생이니 아마 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과연 대학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일 정도로 무거운 주제인 것인가?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대학 학벌만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하고 지대한 요소인가?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학생에게 증언을 해주었어야 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살고자 하는 행동으로 참고서를 사고 교통카드를 충전하면서 수없이 고민을 했을 텐데 왜 이 넓은 세상에 아무도 그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었는지 뒤늦게 안타까울 뿐이다.


브런치를 끝내고 나오려는 갑자기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쌤, 가방이 예쁜데 혹시 명품이에요?" 헐~ 이 분은 내가 명품 따위에 추호도 관심이 없으며 먹고 죽을 돈이 있다해도 구매의사가 없음을 모르나보다. 이 가방의 출처는 홈쇼핑 어디인가였던 것 같으나 사실 정확히는 모른다. (워낙 부티가 나는 스타일이라)


"쌤, 사람이 명품입니다. " 농담처럼 내뱉고 함께 깔깔 웃으며 나왔다. 역시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강조하며 진정한 명품인간이 되고자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부단히 노력해보련다.


또 주제에서 많이 빗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만남만큼 헤어짐도 중요하다. 헤어짐은 문자로 통보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어렵고 곤란한 상황을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회피일 뿐이다. 그 인간답지 못한 냉랭함에 통보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인간성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상처를 받을 것인가?


이별이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 더 견딜만하고 아름다운 이별은 있는 것이다. 아름답지만은 않더라도 이별하는 순간의 슬픔, 화, 괴로움을 직면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얼굴을 마주보고 만나온 시간의 소중함이 있다면 헤어지는 순간도 의미 있게 마무리해야한다. 코로나 시대를 뛰어넘을 인간성의 회복을 꿈꾸며.

만남과 이별. 이것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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