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을 먹으러 갔다. 수업을 하기 전에 여유롭게 점심을 먹으려 했는 데 예상 외로 가게마다 손님이 많았다. 여기가 대학가 주변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열두 시 경이라 수업이 끝난 직후인지 가게마다 단체로 온 학생들이 바글바글 하다. 하아~아무리 프로 혼밥러라도 단체 손님이 가득한 음식점에들어가는 건 뻘쭘하다.
그래도 몇 번 간 적이 있던 음식점을 밖에서 염탐하여 한쪽에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갔다. 이 곳의 일인 점심 메뉴는 불고기 뚝배기가 유일하기 때문에 간단히 확인 후 한상이 차려졌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주인 아주머니는 어묵 볶음을 다 먹은 것을 보더니 더 가져다 줄지 물어보셨다. 식사를 거의 마쳤기 때문에 얼른 사양하였다. 평소 사랑해 마지않는 어묵을 남길 수는 없다!
나오려는 데 아주머니가 "왜 식사를 다 하시지 않고 남기셨어요." 하고 친근감 있게 물어왔다. 순간 올라가는 혈당에 대해서 낱낱이 고할 뻔 하였다.
'이건 초면에 너무 주책이다' 속으로 생각하고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낯이 익은 지 근처에 가끔 일이 있느냐 물어보셨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친절함의 연속이었지만 무료한 혼밥의 시간을 훈훈하게 해주었다.이제 고독한 미식가가 된 건가?
과외 1
과외를 하러 늦은 시간에 방문하였다. 이 어머니는 항상 과외 시간이면 과일을 정성껏 깍아서 내오시고 각종 과자, 초컬릿 등 다과상을 준비하시기에 이미 혈당에 대해 고백하였다. 차린 음식을 남기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늦은 밤 시간에 다과상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민감한 과외 시간 조정 문제를 말씀드리니 괜찮다고 하고
"우리 집에 오실 때는 추리닝을 입고 편안하게 오셔도 돼요."라고 하셨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아~가끔은 살랑거리는 원피스라도 차려입고가는 게 좋은 데 남의 집에 방문하며 추리닝이라니.(내 사전에는 없다)
그래도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고자 하는 어머님의 마음씀이 느껴졌다.
과외 2
평소 별로 말도 없으시고 일을 하시기 때문에 자주 뵙지 못하는 어머님이 있으시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데 쇼핑백 가득히 방금 캐온 것처럼 흙이 묻은 고구마를 건네 주셨다.
"이거 직접 키운 건데 좀 크기가 커요." 긴 말도 안하시고 불쑥 한마디만 하셨다.
"와~ 엄청 잘 기르셨네요. 감사합니다."
얼핏 보아도 고구마는 팔뚝만하게 실하였다. 에어 프라이어에 구운 달달한 햇고구마를 가족과 나눠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과외 3
말을 어지간히 들어먹지 않는 사춘기 학생이 편의점에서 사온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내밀었다. 코 묻은 용돈을 모아서 음료수라도 하나 사온 마음이 고마웠다. 이 학생과 수업을 할 때는 늘 카페인의 강력한 힘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캔 커피는 선호하지 않는데 의외로 고소하고 달콤하게 음미한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