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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un 14. 2021

가족은 위로

영원한 나의 편

엄마의 집에 피신욌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오리라. 차도 막히고 평소 운전도 많이 하고 도시도 다르고 해서 자주 오지 않았지만 오랜 고립 생활 타파와 골머리 아픈 주차 문제를 잊기 위해서 가끔 주말마다 틈틈이 도망을 와야 겠다.


엄마는 건강이 더 좋아진 듯하고 젊어진 것 같았다. 머리도 몇 달마다 항상 부지런하게 까맣게 염색하고 몸은 아직 노인이라기엔 꼿꼿하고 뒤에서 보면 몸매도 아주 날씬하다. 다만 복부비만이 좀 심한 편. 어째서 살이 복부에 집중이 되는 지 이 또한 유전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흑~


오전에 수업을 하고 집에 와서도 공사다망했던 피곤한 정신때문에 낮잠을 자느라 엄마와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하고 엄마가 가끔 부탁하는 아이라이너를 하나 작은 선물로 가져왔다. 언젠가 내가 쓰던 아이라이너를 써  엄마는 그 다음부터 다 쓰면 새 것을 은근히 찾는다. 77세에도 아이라이너를 그리시고 외출할때는 곱게 화장을 하시는 어머님. 나도 엄마를 닮은 편이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인 것이다. 자기를 너무 내려놓지는 말고 외출할때는 가볍게 화장도 하고 해야 자외선 때문에 피부에 잡티가 생기는 걸 예방하고 자기 스스로의 만족도 있다. 백세 시대에 늙어가는 얼굴이라도 최대한 곱게 보이도록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라이너를 그리시는 어머님

집에 와서도 동생과 산책을 나섰다. 집 앞에 가까운 곳에 어린이대공원이 있어서 자주 가는 곳이다. 동생과 맹렬하게 수다를 떨면서 공원을 돌았다. 저녁 무렵이고 날씨가 후덥지근하니 갑자기 분수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한 여름에는 높이 솟아오르는 하얀 물줄기와 화려한 색깔의 조명이 넘실거리고 근한 음악이 나와서 길을 멈추고 감상을 하면 좋다. 시원하게 뻗어오르는 물줄기에 창력이 훌륭하신 인순이님의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가 잘 어우러져 물결쳤다. 장애가 있는 어떤 학생이 노래에 맞춰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지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노래라도 함께 부르고 싶었다. 동생의 만류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여 참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분수에서 솟아올랐다가 떨어지는 노래를 들었다. 미국이나 남미 사람들처럼 길 거리에서 흥이 나면 춤도 추고 하면 삶이 한결 흥겹고 좋을텐데. 춤은 못추지만 마음만은 거위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자.

거위의 꿈, 날고 싶다!

엄마가 챙겨주는 해물찜과 동생이 만들어주는 무쌈등을 먹으며 평화롭고도 안락한 일요일 한때가 갔다. 언제든 마음이 힘들 때면 찾아오고 싶은 곳, 가족이 있는 공간이다.

말이 없어도 알뜰살뜰하게 살펴주는 식사와 허심탄회 대화로 마음은 많이 풀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을 싸잡아 침이 튀게 하고 발차기를 몇 번하고 몇 시간동안 사건 개요를 주절거리고 나니 세상에 소통이 안되는 인간들은 조용히 피해가는 수밖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다.(ㅇ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랴.)

아름다운 무쌈 ♡

모두 각자의 길을 면 된다. 영원히 만나지 않는 철길처럼 서로 부딪치지 않고 존재는 하나 있는 듯 없는 무심하게.

세상 모든 종류의 인간들과 잘 지내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사람이 각자의 가치관이나 취향이 있는 데 지금까지 대화를 나눠 보았으나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고 이기적인 인간들과상종을 할 수가 없다. 이건 지극히 내 편에서의 판단이고 어떤 깊은 속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며 그 튼실 족발로 한대 때리고 싶은 족발집 아주머니도 나같은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니(그렇겠지. 처음 보는 사이니. 나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나름의 판단과 주장으로는 내 주장이 전혀 수긍이 안가는 것 같았다. 피차가 일반이요. 이로써 우리는 각자의 입장을 정확히 알았으니 최대한 서로를 건드리지 않고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공원에는 각종 선명한 빛깔의 꽃들이 만발하여 볼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아무리 봐도 사람보다는 꽃들이 아름다운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 걸 뭘까?길가에 피는 잡초도 서로 싸우거나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지는 않는데 어떤 간들은 때로는 말없이 존재 자체로 위로를 주는 자연물보다 못하다.

공원 길가에는 제 집 인양 편안하게 누워있는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다. 터줏대감 같은 고양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머리를 다듬어도 익숙한 듯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를 따라오시지는 않으니 집사가 되기는 실패. 오고 가는 인간들을 구경하며 연연하지 않고 홀연히 혼자 살고 싶은 고양이였다. 또 간택을 받지 못하다니. 인생은 독고다이.

너는 살기가 괜찮니?

엄마와 다정하게 점심을 먹고 충전을 한 다음 또 줄줄이 있는 수업을 하러 갈 것이다. 잠시 떠나온 것으로도 머리가 한결 비워졌으니 만족한다. 힘든 세상에서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세상에 유일한 사랑하는 족들에게 감사! (ㅎ)

어린이대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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