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러 갔는데 아이는 비비탄 총에 빠져있었다. 얼마 전 산 비비탄 총이 고장난 것 같았다. 혼잣말을 하면서 총을 분해해서 어느 부분이 작동이 안되는 지 설명을 하였다. 하등 관심이 없는 상태로 언제 끝날지 노심초사하며 듣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키를 누를 때마다 불이 반짝반짝 들어오는 삼십 만원이라는 키보드를 굳이 들고 와서 자랑하더니.
이 아이는 원래 행동이 굼뜨다. 오전 시간에는 깨어 있으시면 다행이고 보통 막 기상 후 배가 고프시다고 하거나 아니면 아프시다고 하거나 어슬렁거리시며 움직인다. 방에서 교재를 가져오는 데 한참, 필통과 샤프를 가져오는 데 한 세월, 이런 식이다. 괜히 재촉하며 혈압을 올렸다가는 뒷목 잡고 쓰러질 수 있으니 참아야 하느니라.
벌써 팔개월 정도 보고 있으니 적응이 되어 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삽십분이 넘어가면서부터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이는 계속 장전을 하면 걸림쇠가 내려가서(?) 총이 작동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고 나는 도통 관심이 없어서 수입사에 전화 한통해서 서비스를 받으라 한마디 하였다. 아무리 봐도 부품이 문제라면 이 아이가 고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이 아이는 들은 체도 않고 계속 총의 작동 원리를 탐구중이었고 마침내 총 대신 내가 폭발하였다.
"총 집어 넣고 교재 꺼내와."
나름대로는 강하게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 후에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아~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 가끔 눈물이 불쑥 난다. 얼른 이성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울컥 솟아나온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아이는 황당한 듯이 빤히 보며 물었다. 이 아이의 인성이 아주 못돼 먹지는 않았다.
"울어요?"
얼른 눈물을 집어넣어야 했기에 싸늘하게 한마디 하였다.
"닥쳐."
중1 짜리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다니 어른으로서 창피하였고 얼른 이 감정 상태에서 빠져 나와야 했다. 이게 바로 십대들이 자주 하는 소위 '센 척'인가.
다행히도 화를 내니 눈물이 쏙 들어갔고 아이는 놀란 듯 어느 정도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아~ 그리고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얘기 저 얘기 조잘거렸다. 이 아이는 서바이벌 게임장에 가끔 친구랑 가는 데 자기 총을 사서 가지고 가야 한단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군대갈 때 진짜 총 사가나? 헐~) 유투브 게임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미션을 수행하고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음~대체 이 중학생의 게임을 보면서 후원을 하는 이들은 돈이 많은 건가 시간이 많은 건가 둘 다 많은 건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 또한 새로운 문화이자 직업의 세계이지 않을까?유투브 크리에이터라고.
이 아이의 고양이는 다른 분에게 입양시켰다고 한다. 몇 개월 동안 정이 들었는 데 이제 길고양이에게 밥이나 줄까하여 경험이 있는 이 아이와 토론을 하였다. 예전에 길고양이에게 집을 만들어주고 여러 아이들과 순서를 정해서 함께 돌본 적이 있다고 한다. 밥을 주다가 마음에 들면 집사로 간택당할 수도 있다는 데 아직 고양이를 입양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밥만 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올 것인가 고민이 된다. 고양이가 치타처럼 빠르게 달려서 따라오면 어떻게 하지. 이런 대화를 주고니 받거니 하며 다정하게 눈물의 수업을 마쳤다. 조울증인가 다중 인격자인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인가. 총은 그렇게 내 속을 뒤집으며 떠들어대더니 가스만 넣으면 작동 될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나아참.
진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