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열정적인 중재자라고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by 사각사각

최근의 MBTI 검사를 한 결과를 받아 봤다. 단 십 여분 만에 인터넷으로 한 검사여서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수십 년간 동거 동락하는 나 자신을 새삼스럽게 다시 알아보고자 여러 번 읽어보았다. 긍정의 기운이 끓어오르지 않는 현재의 마음 상태에서는 ‘열정’이나 ‘중재’나 두 핵심단어가 모두 와 닿지가 않는다. 열정이 불타는 일도 없고 중재를 하고 싶은 일도 없다고나 할까?


‘중재자형 사람은 최악의 상황이나 악한 사람에게서도 좋은 면만을 바라보며 긍정적이고 더 나은 상황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진정한 이상주의자입니다. 간혹 침착하고 내성적이며 심지어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처럼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이들 안에는 불만 지피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열정의 불꽃이 숨어있습니다.’ 라고 첫 문장에 명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이고 긍정 성향이나 내성적, 수줍음은 확실히 있다고 보여진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늘 가슴이 두근거렸다. 점점 내 차례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고민이고, 가능한 짧게 빨리 마쳐야겠다고 쿵쿵 떨리는 심장을 누르며 궁리를 하곤 했다. 연륜이 쌓이니 차차 나아지기는 했지만 대중 앞에 서는 건 아직도 힘든다. 열정이라는 부분은 관심이 있는 분야에는 가끔씩 난데없이 열정이 타오르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이 열정이 장작불이 화르륵 타듯이 오래가지 않는 것이 탈이지만.


‘이들은 논리나 단순한 흥미로움, 혹은 인생의 실용적인 부분이 아닌 그들 나름의 원리원칙에 근거하여 사고하고 행동합니다. 더욱이 성취에 따르는 보상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불이익 여부에 상관없이 순수한 의도로 인생의 아름다움이나 명예 그리고 도덕적 양심과 미덕을 좇으며 나름의 인생을 설계해 나갑니다.’


나름의 원리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순수한 의도를 가졌다는 점도 공감이 된다. 지금은 무뎌져가고 있으나 예전에는 항상 모든 일에 ‘이치에 맞다 아니다.’ 에 열을 올리며 판단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문제는 ‘나름의’라는 자기중심적인 형용사가 있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가끔 “아직도 순진하다.” 라는 말을 들을 때 칭찬이라기보다는 빈정거리는 태도가 느껴진다. "순수하기에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좀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살아라."라는 의도가 섞여 있는 것 같으니 이제는 자각을 해야겠다. 나름대로는 인생의 풍파의 정점을 지나 서서히 내려오고 있고 대책 없는 순수성이 옅어져가고 있다고 본다. 흠~ 다음의 예상치 못한 더 높은 파도가 또 치려나.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력

중재자형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적절한 은유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상징화하여 다른 이들과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직관적인 성향은 이들로 하여금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게 합니다. 이를 비추어보면 여러 유명 시인이나 작가, 그리고 배우가 이 성격 유형에 속하는 것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평가이다. 소크라테스님도 ‘너 자신을 알아라.’라고 하셨는데 자기 자신에 대해 통찰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나 선택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직관적이기 때문에, 과거의 전적으로 보아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인지가 미지수이긴 하다. '작가'에 대해서는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지나 결국 글을 쓴다는 것도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치유를 하는 자기반성의 과정인 것 같다. 지속적으로 글을 남기고 있으니 창의적인 일이기도 하고 이 넓은 세상에 누구 한 명에게는 도움이나 공감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다수가 아닌 소수에 더 많은 관심

다른 외향적 성격 유형에 속하는 사람과 달리, 중재자형 사람은 소수의 몇몇, 그리고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한 가지 목표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등 한 번에 많은 일을 달성하려 하지 않습니다. 만일 모든 사회악을 근절하는 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이들의 에너지는 빛을 잃고 좌절감을 맛보거나 처한 상황에 압도되기도 합니다


이 문단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은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을 한다는 것. 멀티 태스킹이 되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간결한 편이고 인간관계도 넓지 않으며 ‘단순함’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랑한다. 이러다가 은둔자가 될 수가 있다고 하는 데 현재 상황은 자의 반 타의 반 은둔자에 가깝기도 하지만 딱히 불만은 없고, 언제든 다시 재기발랄하게 나와서 문명사회인이 될 수도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


다행인 것은 깊은 나락에 빠져 있던 이들도 봄이 오면 다시금 봉오리를 피우는 꽃과 같이 이들의 애정 어린 마음과 창의적인 생각, 이타주의적이며 이상주의적인 생각 역시 제자리로 돌아와 자신뿐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뿌듯함에 미소 짓게 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사실적 논리나 현실적인 유용성의 관점이 아닌 넘치는 영감과 인간애, 친절함,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러한 희망적인 결말이라니 참으로 만족스럽다. 이 외에도 장, 단점이나 연애 상황, 사회 생활 등도 탐독하였으나 열정이 사그라들면서, 피곤해지려하니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언급을 해봐야겠다. 성인군자형이라는 속설도 있는 데 감사하긴 하나 성인군자도 산속에서 뛰쳐나오고 싶고 책을 집어던질만큼 속 터지고 괴로운 날들이 있을 것이다. 결국은 인간 관계의 손절로 이어진다. 그러니 다시 골방으로 들어가 날마다 도를 닦는다 만다 하는 것. 이러한 맹점을 기억하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중도를 걷는 인간이 되도록 하리라. 겨울도 지나지 않았는데 봄은 언제 오는가.

정곡을 찌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