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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Aug 05. 2019

나찾글8. 나는 누구일까?

190725 [8주 차-나는 누구인가]

    섬을 즐기는 빨간 머리 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서 인간은 누구나 '섬'이라고 한다. '섬'이라는 표현으로 서로에게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때로 외롭다는 점을 나타냈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섬이다'로 반전을 보여준다. 인간은 섬이라서, 섬들이 물아래로는 모두 연결되어 있듯, 인간도 누구나 다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섬을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인 나도 좋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나도 좋다. 또 어떤 상황에서든 호기심과 상상력이 샘솟고, 긍정적인 면을 보는 편이라 캐릭터로 치자면 '빨간 머리 앤'에 가깝다. 자발적, 비자발적 야근이 많은 요즘도 참 좋은데, 이렇게 바쁘면 주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어 좋다. 모든 상황은 뒤집어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물론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이보다 더 최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심심한 위로를 할 수 있다는 좋은 면이 있다.


    호기심 많고 재빠른 토끼

    나는 재빠르게 튀어 다니는 토끼다. 중심이 잡힌 사람이지만 호기심 가득히 세상을 배우고, 돌아다니고, 마음에 품고, 또 나아가고자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늘 시간에 쫓기기에 마음이 급한 토끼보다는 '주토피아'에 나오는 주디에 가까운 타입이다. 걱정이 많을 때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늘 듣고 배우고 적용하고자 한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즐길 때도 있지만 대체로 빠른 페이스로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튀어 다니면서 지낸다. 그때가 행복하고 마음이 편하다. 몸이 편한 것도 좋지만 정신이 편안한 게 더 좋다.


    꾸준히 자라날 나무

    나는 변화하지 않지만 성장하는 사람이다. 내가 타고난 강점(배움, 수집, 발상, 긍정, 미래 지향)과 재능(언어/인간 친화/자기 이해)은 고무줄 같긴 하지만 유지된다는 점에서 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강점과 재능은 계발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므로 나는 끊임없이 성장한다. 나는 약점이 많다. 마무리에 약하고, 변덕이 심하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선택 장애도 종종 겪고, 이것저것 알려는 욕심이 많다. 이처럼 드러내고 싶은 약점부터 남이 몰랐으면 하는 약점도 있어서(라고 말하면서 써보자면, ‘아직’ 경제 관념이 다소 부족하다든지, 벌이는 것은 잘하나 수습은 어려워한다든지, 누구에게나 쉽게 정을 붙인다든지 등이 있지만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이 약점을 내가 지닌 강점으로 커버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보완해 나가려고 한다. 그래도 그 약점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면 안 되므로, 약점에 좌절하지 않되 그 시간에 솔직하게 약점을 드러내고, 인정하고, 계속 주의하며 보완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또 올 초에 느낀 점은, 나에게도 나이테가 있다는 것. 그건 바로 내 삶을 채워주는 감사하고 멋진 인연. 내가 혼자 해 온 것 같은 여러 일도 사실은 고마운 인연과 나보다 더 뛰어난 멋진 분들 덕택에 해내온 것이라고 요즘 많이 느낀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잘해 드리고 싶고, 24시간이 왜 이것뿐이지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그 멋지고 감사한 분들에 대한 기억과 고마움으로 지난 1년을 채워 왔듯, 앞으로의 1년도, 더 많이 감사하며, ‘어떤 비바람에도 울창하고 굳건한 나무의 삶’처럼 살아나가고 싶다. 멋진 인연과 감사한 친구들로 매해를 ‘나의 나이테'로, 누적되는 지혜로 채우며, 내가 받은 감사, 긍정, 응원과 희망을 계속 다른 이들에게도 앞으로, 옆으로 퍼트리며 나눠주고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빠르게 흡수하는 스펀지이자 시원한 분수

    또 가끔 내가 스펀지이자 분수 같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안으로 내면 깊숙이 잘 흡수하고, 흡수한 것을 이어서, 언제나 머릿속 한가득 새로운 생각이 나도 모르게 뿜어 나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10년 뒤, 50년 뒤 상상으로 혼자 흥분하고 걱정하며 내적 난리 브루스를 겪기도 하는데, 결국 별의별 글과 생각에 재밌어하면서 최근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 소설도 쓰고 있다. 하여, 이 특이한 능력을, 내 주변뿐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활용하며 살고 싶다. 무엇보다 똑똑한 사람도 되고 싶지만, 따뜻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일을 '나'라는 필터로 담아내고 해석하여, 조금 더 이 세상이 따뜻한 곳이 될 수 있게끔, 좀 더 밝을 수 있게끔, 땡볕이 쨍한 여름날 피부를 적셔 주는 분수처럼 나와 타인에게 청량함을 선사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삶의 서퍼. 

    작년에는(2019년) 나 스스로가 '너른 바다를 항해하는 배'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넓고 알고 싶은 것과  겪어보고 싶은 일도 많은데 너무 광활해서 때로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바다를 항해하는 여정 자체가 즐거우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움에 대해 두려움은 적은 편이라 괜찮지만, 요즘은 가끔 풍랑이 생각보다 거셀 때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하여, ‘배 그 자체'보다는 어떤 풍랑과 비바람 안에서도 잘 중심을 잡고 즐기는 서퍼가 되고자 한다. 바다는 어떤 바다라도 좋다. 


    내가 ‘배'였을 때에는 정착지에 도착하기까지 오래 걸려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서퍼'가 되니 정착지는 나 스스로에게, 내가 믿는 가치에,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되었고, 그 시작이자 끝은 이기적인 이타성이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믿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고, 자극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이외의 타인도 계속 발전시키고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하고, 나아지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고, 그게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인생이라는 거대하고 험준한 굴곡들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중심을 잡고, 웃어넘기고, 어떤 어려움도 즐기면서 내 삶을 서핑해 나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도 미래의 다보스 포럼에서 인류를 위해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은발의 재치 있고 현명한 호호 할머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과정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태어나 한 번도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보듬고 사랑해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안이 공허하니, 성취와 성과들, 타이틀로 나를 포장하거나 채우려 했던 날들도 있었고, 그것들을 좇다 보니, 내가 진심으로 어떤 일에 뿌듯함을 느끼고 즐거워하는지 모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의미 있게 여기는 것, 잘하는 것 등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 이 깨달음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깊이 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기쁘고 감사했다.


    나의 민낯은 어떤지, 거품과 같은 나를 포장하는 단어들을 거두어들이고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때로는 조심스러워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글쓰기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보고, 나를 나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강점도 가진 존재이며, 나는 약하기 때문에 강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받아 태어났다. 나는 언제나 옳지 않기에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며,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뉘우치고, 다시 일어서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나는 나를 용서하는 만큼, 타인도 용서할 줄 알고,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도 사랑할 줄 안다.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한 여유가 조금 더 생기니, 나를 생각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도 더 받아들일 수 있는 폭이 생겼다.


    한창 회사에 적응한다고, 물론 지금도 적응하느라 하루하루 고군분투 중이라 다 말씀을 제대로 못 나눈 것 같아 아쉬움도 많지만,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라는 과정을 통해 빼꼼히 만나 뵙게 된 문우분들도 한 분 한 분 너무 좋다. 오프라인에서 한 분 한 분 꼭 뵙고 싶고, 인생 여정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내가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는 건 다 되어드리고 싶다. 


    막상 8주 글쓰기가 끝난다니 너무너무 아쉽다.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루틴을 갖기 어려워하는 나를 위해 글쓰기 습관을 갖자고 시작한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가, 8주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 빨랐던 8주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긴 인생에서 8주는 어쩌면 눈 깜짝할 새일 지도 모르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때로 어떤 순간들은 아주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뒤에 남겨져 앞으로 계속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나를 위한 나침반이자, 북극성이 되어 '나'라는 '누구'를 생성해 나갈 것임에 너무 감사드린다.






이렇게 '나'에 대해 돌아보며,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일과삶'님의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가 궁금하다면? :)


https://brunch.co.kr/@worknlife/230#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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