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전화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2006년 6월 여름 초입

by teagarden


싱그러운 20대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났다 이어집니다.


오랫동안 그리고 바랬었던, 그러다가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한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그를 친구의 결혼식에서 보고 난 뒤 살짝 설레는 마음이 밀려왔다. 하지만 처음의 순백의 설렘은 아니었다. 만남과 이별이 남긴 것은, 설렌다고 좋아한다고 바란다고 가질 수 없는 것이 관계라는 것, 그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사람의 마음은 노력과 바람과 상관없이 주어지기도 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의 반대가 이별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가 거주하는 곳 근처만 지나가도 생각났다. 전화하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리고 폰을 만지작만지작하다 다시 호주머니로 집어넣었다. 왜 전화를 하겠다고 하지 않고 전화하라고 한 걸까, 무심히 던진 말일 수 있는데 나는 심각했다. 전화를 기다리지 않을 그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쉬이 손이 가지 않는 폰의 그의 번호는 그렇게 한 달 동안 잠자고 있었다.


여보세요


무슨 용기였을까. 어느새 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다. 그리고는 한 시간을 통화했다. 그간 있었던 일, 삶과 연애에 대한 생각도 나눴다.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관계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한 일, 사람의 마음을 얻고 유지해 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 사람 간 관계, 연인 간 관계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린 둘 다 지난 1년은 깨져버린 연인과의 관계를 겪으며 조심스럽고 소심한 자세를 갖게 된 듯 했다. 그가 말했다. 우리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자고. 호감은 있지만 교제를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고.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났다.



조금씩 하나씩 쌓아간다는 것, 그날 우리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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