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을 할 기회가 많을 것 같아 오래전에 한국어 교원 자격 공부를 시작했고 작년부터 대사관에서 봉사활동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망고에 푹 빠진 나는, (실은 줄리 망고(Julie mango)에 푹 빠진 나는) 학생들에게 망고의 종류와 맛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그중 한 학생T가 토요일에 오가닉 마켓에 엄마를 도우러 간다고 했고, 당일, 학생은 망고 축제 정보며 마켓의 망고 등을 찍어 보냈다.
망고 롤, 우리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고 모두들 맛보고 싶어했다.
학생 T는 다음 수업 시간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저 망고 롤을 나에게 건넸다. 역시 예상했던 맛이었다. 우리나라 홍삼절편같이 망고절편이라고 부를 만했다. 망고에 라임과 생강을 넣고 얇게 다져 밀어서 그것을 동그랗게 말아 만든 것이었다.T의 세심한 배려와 친절이 과분했고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학생들과 나눠먹으려고 두었다.
어느덧 수업이 시작됐고 한 30여 분 지났을까 망고 롤이 생각난 나는 학생들에게 T가 가져왔다고 먹어보라고 건넸다.
학생들은 망고 롤을 하나같이 뱉어냈다. 그중 망고 롤을 먹어보고 싶다고 제일 먼저 이야기 한 학생 G는 땅에 떨어진 망고가 썩을 때 나는 냄새가 난다며 진저리를 쳤다. 난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학생 T의 얼굴을 살짝 쳐다보았는데 정말... (상상에 맡기겠다)
당황한 나는 T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우리나라 감이라는 과일에는 단감과 떨감이 있는데 한겨울 간식이 부족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떨감을 말려서 한 겨울 간식으로 먹었다고 했다. 말리면 정말 단 곶감이 되고 선생님 아빠의 페이보릿이라고 했다. 아마 우리 아빠는 이 망고 롤을 분명 좋아하실 거란 말도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수업을 한 20분쯤 이어갈 때였나, 마음이 계속 불편했고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내가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로 시작된 말. "너희들의 태도(attitude)에 대한 것이야. T가 오가닉 시장에서 망고 롤 사진을 보냈을 때, 너희들 다 맛보고 싶다고 했지? T는 자기 돈 300불을 지불하고 저 망고 롤을 사 왔어. 나와 너희가 맛보길 원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300불이라는 말에 조금씩 놀라는 눈치다. 이 돈은 여기서 2시간을 일해야 받는 돈이다. 오가닉 마켓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 혹은 부자인데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저 롤을 만드는데 들어갔을 정성을 봐도 그렇고.
나는 계속했다. "그런데 오늘 너희가 맛보고 난 후의 반응을 보고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사다 준 친구에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망고 롤에 대한 너희들의 기호를 말했기 때문이지. 그것도 지나치게."
망고 썩는 냄새라고? 너네 태도가 더 심한 냄새를 풍긴다라고까지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망고 썩는 냄새를 언급한 학생이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그런 말을 하기 전에 고맙다고 했어야 했나요?" 나는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거 정말 작은 것처럼 보이지?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거야. 말이 다야."
그리고 T를 쳐다보았다. "T, 아까 기분이 어땠어?"라는 질문에 거의 울먹이는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이해하려고 애썼다."라고.
"선생님은 너희가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너희가 내뱉은 말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받았다면, 너희는 사과를 해야 해.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다들 시간을 가지고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라고 더했다.
친구의 호의를 썩은 냄새가 난다고 받아치지는 말았어야지. 학생들은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평소 하고 싶었던 말도 덧붙였다. "선생님 수업이 너네들과 있고 토픽 반도 있는 거 알지? 토픽반 애들 수업 들으려고 많은 돈을 낸다는 것도 알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 학생들의 수업 태도와 너희들의 수업태도는 정말 다르다. 그들은 돈을 내고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열정적이고 감사할 줄 알아. 그런데 솔직히 너네들한테서는 그런 걸 못 느껴. 몇 주 전부터 느꼈던 부분이야."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수업 태도를 고쳐야 하는지도 알려줬다.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 수다를 떨며 놀다가 필기도 않고 사진을 찍다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하거나, 언어를 논리로 이해하려다 실패하면 한국어 자체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든지등의 태도.
# 내 친구 A
성격이 가끔은 불같고 좋고 싫은 것이 분명했던 친구 한 명이 있다. 이름은 A(지난번 '나는 왜 남 탓을 하는가'에 등장한 스페인 친구다).
우리는 종종 서로를 초대해 저녁을 만들어 대접하거나 혹은 간혹 시켜먹기도 했다. 하루는 그녀 가족을 초대해 삼겹살을 구웠고 김치도 냈다. 그리고 쌈을 싸 먹는 문화도 가르쳐 주었다. 김치를 맛 본 그녀는 "남경, 미안한데, 이건 내 입맛이 아니야."
난 그녀가 음식의 호불호를 이야기하는데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발효된 김치에는 시큼한 맛이 나기 마련이고, A가 어릴 적 보모가 식초로 머리를 자주 감기는 바람에 식초를 싫어하게 되어 김치가 좋을 리 없었다.김치를 좋아해 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름으로 기분 나쁘기보다는, 다름을 표현하는 태도 때문에 슬퍼진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이고 다름을 존중할 수 있도록 예의를 갖추어야겠다.나이가 들수록 품위를 갖추어야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