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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Aug 12. 2019

삶이라는 극의 커튼이 내려오는 순간

그때를 위해 아쉬움 없는 극을 살고 있는가


무엇을 추구하는 삶인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베풀기보다는 쌓으려고 하는 나다.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 나의 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내가 지금 선택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같은 일이 누군가에겐 놓아야 할 일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꼭 선택해야 되는 일일 수도 있겠지.


얼마 전, 한 선배가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삶을 나누고 들여다보던 선배였다. 아이 넷과 아내를 남겨두고 생을 마감한 소식을 듣고 동문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덧없음을 떠올렸으리라.


선배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살아가던 선배가 아니었나 감히 짐작해본다. 친구와 국수 그릇 하기를 자주 권했고, 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집으로 초대해 그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기타와 피아노를 잘하던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던 선배는 본인의 음악을 그리고 마음을 우리에게 남기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많은 동문들이 그를 아쉬운 마음으로 추모했다. 동문들의 추모글이 그의 인생이 결코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었음을, 사랑을 나눈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이제 삶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모두 슬퍼했지만, 그를 추모하며 마음에 인생의 덧없음에 나를 담그고 축 늘어진 물에 빠진 니트처럼 계속 머물 수는 없었다. 또 하루가 시작됐고 세상을 그를 잊고 바삐 돌아갔다. 픈 대목이자 우리의 현실이었다.




후회라는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오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시간을 아끼고 나와 주변을 살피면서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등바등 삶을 꾸려나가느라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그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여인 난주의 삶이 떠오른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울림에 귀 기울이고 싶은 오늘이다.


선배의 작고는 이 글을 쓰는 중에 일어났다. 선배는 극을 마감했다. 그의 극을 본 모든 이들은 가슴에 그를 새겼다.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죽음은 진정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더라. 몇 해 전, 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는 그녀가 살아온 온 인생의 에너지가 느껴지더라. 그것은 물질의 유산이 아닌 정신적 유산 혹은 영적인 유산이더라. 나는 죽어서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새겨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더라. 타인의 인정에 인생을 걸자는 말이 아니다. 새겨진 그 모습이 부인할 수 없는, 바로 적나라했던 나의 극을 대변해주는 것이리라.




선배, 잘 가시오.

환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을 때

그때는 손을 맞잡고

인생의 찌든 고민을 털고

훨훨 날며

선배의 연주를 다시 듣겠소.


남은 아이들은

우리가 함께 사랑한 그분께 맡기고

그저 웃기만 하시오.


잘 가시오 선배

잘 가시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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