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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Aug 26. 2019

어머, 가을인가 봐!

처서를 지나니 아침이 꽤 선선해졌네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뜨거운 여름 날씨의 나라에서 오래 산 덕분에 처서가 겨준, 아침에 만나는 선선한 바람이 살짝 춥게 느껴진다. 날씨 이야기를 꺼내니, 벌써부터 하얀 눈을 기다리고 있는 첫째 아이는 아침부터  걱정이다. (맞다, 그 눈이다, snow!)


"엄마, 눈이 안 오면 어떻게 하죠?"
"아마, 눈이 올 거야. 걱정 말고 기다려보자."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하는 아들은 처서가 되자마자 선선한 가을쯤은 건너뛰고 벌써 마음으로 한겨울의 새하얀 눈을 바라고 있다. 그 말을 들은 할머니가 좋은 제안을 건넸다. "J가 눈을 못 본 지 오래되어 많이 기다려지는가 보다. J야, 우리 눈 오면 눈 보러 여행 갈까?"라고 하는 말에, J가 묻는다. "눈 보러요? 어디로요?" "글쎄, 눈이 많이 내린 설악산으로 가도 되고 스키 타러 가도 되고." 할머니 말에 아들 눈이 반짝인다. 모르긴 몰라도 이 말은 약속처럼 그의 가슴에 남아 나중에 몇 번이고 이 계획에 대해 물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가을의 문턱에 들어왔는데 눈을 기다리는 아이는 너밖에 없을 거야. 너는 정말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아이의 낯선 말들도 그 기다림도 행복하다. 지난겨울 크리스마스에 펑펑 울던 아이 모습도 기억이 난다. 왜 우냐는 말에, 아이의 답은 이랬다.


"엄마,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게 뭐예요?"


... 하... '그럼 엄마 아빠 네 동생은 가족 아니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말 대신,


"J야, 그래서 우리 네 가족이 지금 함께 있어서 엄마는 행복한데?"
"엄마, 그런 게 아니에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고모... 모든 가족이 함께 있어야 된다고요. 그게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예요."

 

아이 울며 이야기하는 소리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네 가족의 개념은 거기까지구나, 그래, 내년 겨울 크리스마스에는 온 가족이 모이게 되기를 기도해야겠다.'라고. 9월을 앞둔 지금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 살기를 결정하고 왔으니 '이제 그 대단하게 행복할 크리스마스를 우리 함께 기다려보자꾸나, 눈이 오면 꼭 산으로 들로 놀러 가자. 눈사람도 만들고 새빨개진 뺨을 해서는 눈싸움도 하자. 엄마도 사실 기대가 많이 돼.'


한국의 사계절이 그리웠고, 눈이 그리웠고, 가족이 그리웠고, 우리네 식탁이 그리웠던 우리. 그 시절은 또 그렇게 잘 맺어졌고 지금은 그리웠던 것들이 평범한 곳에서 새로운 매듭을 짠다. 축복들이 지금 우리에게 돌진해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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