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garden Sep 06. 2019

도서관이 많아서 좋다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1 - 도서관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 와서
마음껏 지식 탐구에 대한 욕구를 채우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



내가 살았던 자메이카는 인프라가 사회 전반적으로 취약했는데 그중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쉬웠던 것은 도서관의 부재였다. 물론 도서관이라 불리는 곳이 있기는 하였지만 우리가 흔히 만나는 지역 도서관의 1/100도 못 미치는 도서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도서관을 단체로 한 번 방문한 것 외에는 가보지 않았다.


한국에 왔는데 한창 여름방학 중인 조카가 심심할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촌과 이모가 지역 도서관을 가보라고 추천하였다. 현재 당분간 부모님 댁 신세를 지고 있기에 창원에서 거주 중인데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혜의 바다'라는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었다. 도서관의 스케일과 시스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우리는 이 바다 빠져들었다.



어린이나 노인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1층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레고 방, 보드게임 방, 힐링 방, 동화 방 등 갖가지 테마의 방들이 잘 들어서 있었다. 이 곳은 첫째 아들이 하루 종일 놀고도 심심하지 않을 놀이들을 제공해 주는 놀이터였다. 아이는 책을 보다가 레고를 하러 갔고, 레고를 하다가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방을 옮겨 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중간중간 도서관 카페에서 파는 아이스티와 빵 같은 간식거리를 사달라고 했고, 이 또한 아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듯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아들은 처음 도서관에 왔을 때, "엄마 나 여기 심심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런 아이가 방학 내내 엄마와 도서관에 다니더니, 나중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 앉아서 2시간이 넘도록 책을 들여다보기도 했고, 가자고 채근하는 에게 "엄마, 조금만 더요." 혹은, "엄마, 나 이거 빌려가도 돼요?"라는 요청들을 자연스럽게 꺼내고 있었다. 리고 스스로 여러 방들을 돌아다니며 주체적으로 잘 놀았다.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오랫동안 책을 읽지 못해 브런치 작가로서 이렇다 할 아웃풋이 없던 나 또한 물 만난 고기처럼 책을 들추어보니 이보다 신난 일은 또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책을 멀리했는지 아직도 책 읽는 일이 서툴고 힘이 들지만 나의 생각을 자극해주고 공감해주니 요즘은 이보다 더한 재미도 없겠다 싶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이 글을 쓰는 중이 이 정도로 도서관 홀릭이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왜 가난한 국가들은 도서관이 없는 걸까. 부가 기반이 되어야 따라오는 지식에 대한 탐구 정신, 그리고 성과나 업적을 알리고 남기기 위해 기록하여 문서화하는 일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욕구 그런 걸까.


 친구가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해 간 후, 기어 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자주 도서관에 간다는 말을 들었다. 평일이나 주말 프로그램도 다양해서 도서관 방문이 즐겁다고 하였다. 책을 보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더해 도서관 앞마당 잔디에 아이를 풀어놓고 친구와 이야기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그 말을 듣고 사진을 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공공 놀이터가 없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 없는 자메이카에 처음 이주해 가서 아이가 마땅히 놀 곳을 찾기 위해 나는 구글 검색창을 띄우고 'playground in Jamaica'라고 검색한 기억이 난다. 모든 검색 결과는 자메이카라는 지명이나 거리의 이름을 가진 캐나다와 영국, 미국 등지의 것이었다. 도서관은 말해 무엇하랴.


한국에 와서 도서관을 이용해보니, 나도 나중에 이런 도서관을 하나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자메카에도 하나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자메이카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 와서 마음껏 지식 탐구에 대한 욕구를 채우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내 나라 한국에 와서 좋은 이유 첫 번째는 바로 도서관 많이 있기 때문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