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garden Sep 08. 2019

먹거리가 다양하고 싸다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3 - 먹거리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한국에 가면 김밥 천국에 갈 거예요!


한국에 와서 좋은 것을 이야기하는데 먹는 것을 빠트릴 수 없다. 먹는 많이 좋하는데다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힘든 곳에서 오래 살았더니 그렇다.


1) 분식집의 메뉴가 정말 다양하고 맛있다는 것


남편은 해외 거주를 10년 동안 했다. 한국에 오기 전,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나 한국 가면 어디 가고 싶은지 물어봐줘.
나 김밥천국!"


하하하, 듣는 이들은 꿈이 야무지게도 소박하다며 놀렸다. 언제 적 김밥천국이냐. 지만 그의 '김밥천국'이란 말은 진심 궁서체였다. 그 말을 들은 옆 집 사는 한국인이 그랬다. "요즘엔, 고봉민 김밥이라고 있어요."라고. '아마 새로 생긴 분식 프랜차이즈인가 보다, 꼭 가봐야지.' 했다.


어느 분식집이나 맛있다는 게 요즘 우리의 화제다. 해외에서 오래 산 티를 팍팍 낸다. 동네에 개씩은 있는 식집. 메뉴는 왜 이렇게 다양한 것인지, 우리가 해외 체류하며 먹었던 어떤 것보다 다양하고 맛있었다. 아, 한국인임을 처절히 느끼는 순간들이다. 


첫째 아이의 페이보릿 분식 메뉴는 떡볶이다. 매운 것을 얼마나 잘 먹는지. 그래, 너 한국 사람 맞다.


2) 다양한 식당, 각종 배달 음식들


한국에 오니 예전보다 다양해진 식당들이 즐비했다. 450도 화덕에서 구워낸 생선구이집, "마라롱샤 아이 먹니?" 하며 광고하는 동네 중국집까지. 그중에서도 여전히 내  입맛을 사로잡은 곳은 돼지갈빗집이었다. 여전한 이 맛이 그리웠던 것. 쭈꾸미집도 벌써 두 번이나 갔다. 다슬기탕슬기을 전문으로 하는 곳, 순두부를 직접 지어내 찌개를 끓여내는 곳도. 


칼집을 이렇게 낸 돼지갈비에 양념을 잘 해 구워내는 돼지갈비집은 나의 페이보릿. 물론 아이들도 정말 좋아했다. (출처: 시크릿로즈님의 블로그)


우리 집은 아귀찜이나 대구찜을 자주 배달시키고, 중국집 메뉴도 배달시켜 먹는다. 배달 문화는 간편하고 시간을 절약해주니 배달앱까지 호황이다. 정말이지 한국의 먹거리 배달 문화는 최고다.



3) 여름 과일, 복숭아와 포도에 푹 빠졌다


한국에 살 때는 복숭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가 사다 주면 먹는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올해는 씹는 식감이 좋은 아삭아삭한 복숭아부터 물렁한 황도까지 정말 맛있더라. 복숭아를 한 입 가득 무니 온 입에 복숭아 향이 퍼진다. 달달한 과즙을 품은 하얀 복숭아 살은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너 이렇게 맛있는 줄 이전에는 몰랐었네


첫째와 둘째 아이도 복숭아 맛이 푹 빠져서 "엄마 복숭아 더 주세요."를 연신 말했다. 올해 복숭아는 잊지 못할 과일이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포도도 정말 맛있었다. 포도 과즙이 입 안에 퍼질 때 그 새콤한 기분이란! 아이들은 자메이카에서 먹었던 수입된 칠레산 포도보다 백 배는 맛있다며 아직까지 늦여름 포도를 즐기고 있다.


"엄마, 한국 포도에는 씨가 두 개나 세 개씩 있어요."


씨 없는 포도(seedless grapes)에 익숙하다가 씨를 분리 배출하느라 열심인 둘째가 한 말이다. 씨를 뱉어내는 부터 껍질 채 씹어 껍질만 쏙 빼내는 까지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자메이카에선 수입된 큰 포도 한 송이가 만 5천 원 정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달고 맛있는 포도가 한 박스에 2만 원이라니. 복숭아는 또 어떻고? 물론 최근에 사 먹었던 황도 복숭아는 꽤 비쌌지만, 이렇게 맛있는 걸. 끝물에 한 번 더 먹으려고 기꺼이 한 박스를 더 샀다.


다음 주가 추석이라고 집에 과일 상자들이 들어다. 사과는 정말 크고 맛있었다. 자메이카에도 그들이 애플이라고 부르는 과일(오치 애플, Othaheiti Apple) 이 있지만 우리의 그것과는 맛과 향이 아예 다른 종자다. 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의 값비싼 미국 사과만 먹었던 이다.


우리 가족은 오늘 아침 감탄하며 사과를 먹는데 첫째가 사과 과육을 씹으며 물었다.



"엄마, 한국 사과는 왜 이렇게 커요?"
"어, 한국인들은 부지런하고 똑똑해서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사과로 키울까 하고 늘 연구하면서 품종도 개량해가며 재배하거든."


자메이카 Othaheiti Apple은 이렇게 생겼다. 처음에는 향이 강해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이것도 적응이 되어 나중에는 맛있더라 (출처: Pinterest photo)


4) 엄마의 갖가지 음식들


아, 이 얼마나 기다렸던 음식들이었나. 소고기 뭇국, 탕수국, 콩나물국, 김치찌개, 미역국... 갖가지 엄마의 국들은 식탁에서 그야말로 춤을 췄다. 아무래도 입국 후 3kg 정도 살이 찐 것은 아침부터 먹는 엄마 밥 때문일 거다. 맛있어도 정말 맛있다. 불고기 전골에서는 기절할 뻔했다.(나 지금 너무 호들갑인가 ㅋㅋ) 한국 쌀은 또 어떤가. 찰지게 잘 익은 갓 지은 밥이 그릇 안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운다. 함께 맛있게 끓여낸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을 입 안에 넣으니 이 보다 더한 보약 밥은 없다.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 (출처: 단호박님의 블로그)


집밥은 요즘 우리 가족들을 살찌우고 있다. 사실 나는 밀가루파에 빵파다. 빵을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와서는 그립던 파리바게트 빵이 맛이 없다. 엄마 밥에 완전히 밀린 것. 사실 빵을 좀 사다 먹어야 엄마의 수고가 주는데도 난 그냥 엄마 밥이 맛있는 철이 덜 든 딸일 뿐인가 보다.


한국에 와서 좋은 이유 세 번 째는 바로 먹거리 때문이다.




이전 02화 한국은 안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