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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Sep 09. 2019

훌륭한 의료 시스템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4 - 병원


병원에 가기 쉽고 의료 시스템이 좋다


주말 내내 열이 39도까지 올랐던 둘째 S. 지난주에 기침을 해대서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좋아지는 듯해서 토요일 오전 병원 가는 것을 미루었더니 주말 내내 고열이 우리 부부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그렇게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총 5번의 해열제를 먹이며 열은 잡혔다 다시 오르다반복했다.


열이 나네, 병원에 가자!


오늘 아침 동네에 있는 소아과를 갔더니 기침하느라 목이 많이 부었고 콧물과 가래가 있다 이내 약을 처방해 주다. 그리고 주말 내내 열로 고생한 아이가 안쓰러워 수액 처방을 부탁더니, 곧 추석이 아이가 얼른 좋아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느니 수액을 놓아겠다 . 고마웠다. 대기에서 진찰까지 10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병원비 14,400원, 약국에서 약 값 2,600원 총 17,000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나와 남편은 일제히 싸고 빠르다며 감탄했다. ", 병원비 그 정도면 많이 지불했네, 병원 가는 것으로 그리 호들갑이냐"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살았던 자메이카를 생각해 보면 병원에 이렇게 가서 큰 비용 지불 없이 약을 처방받아 올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으로 여겨지기에 그렇다. 그러니까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기가 어렵지 않고 아이가 얼른 나았으면 하는 걱정 외에는 스트레스가 없다.




내가 살던 곳서는 일단, 아이가 아프면 많이 긴장이 된다. 한국에서 그나마 몇 가지 처방받아 왔던 약들이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이마저도 떨어지면 소아과를 가야만 한다. 공공의료시설(public hospital)은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번잡스럽고 지루한 대기를 피하기 위해 개인 병원을 찾는다. 개인 병원이라도 일단 가면 2시간 정도 기다려야 된다. 물론 더 오래 기다린 적도 있다. 의사를 한 번 방문하면 기본 방문비가 있다. visit fee라 부르고 약 5만 원이다. 거기다 처방받은 약들도 비싸다. 기관지가 약하고 자주 아파 호흡기 치료를 해야만 했는데 그 날 지불한 약 값이 약 7-8만 원 정도였다. 병원을 한 번 다녀오면 약값을 포함 적게는 7만 원선에서 많게는 15만 원까지 꽤 많은 비용이 든다.


길고 긴 대기시간 때문에 진료를 보기 전에 녹초가 된다.


한 번은 금니가 떨어져 급하게 전화예약해서 치과를 갔는데, 붙이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화로 약 15만 원을 지불했다. 응급 의료 emergency fee 따로, 붙이는 비용 따로 청구를 하더라. 예약을 했어도 응급 의료비를 청구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친구나 동문들이 미국에 꽤나 많이 살고 있는데 '오늘 ER 갔다.'라는 소식이 들려오면 너나 할 것 없이, "그래서 비용 처리는 어떻게 되었어?, 정말 간단한 처치만 했는데 몇 백 불이 나온 거야?" 친구들이 난리가 난다. 그리고 혀를 내두르며 하는 농담이 있다. 보험 없이 응급실에는  발짝도 들이지 아야 된다고, 의자에 앉지도 말아야 된다고.


아이의 예방접종도 약을 미리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접종해야 할 약의 수입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예약한 아이 접종약을 중간에 다른 이가 가로챈 적도 있었다. 병원에 항의를 해 보았지만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였다.



둘째를 임신하고 찾은 병원은 집주인이 추천해 준 개인 산부인과 병원이었다. 집주인은 변호사였고 그녀도 다니는 병원이라 괜찮은 병원일 거라 기대하고 갔다. 첫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기다리는 데 3시간이 걸렸다. 어떨 때는 남편도 같이 갔으면 해서 퇴근 후인 오후 5시쯤 예약을 하면 저녁 8시가 다 된 시간에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만 3세였던 활동적인 첫째를 데리고 대기실에서 몇 시간 버틴 후 진료를 볼 때쯤엔 둘 다 녹초가 되어 있었다. 초음파를 보는 스크린은 90년대 천리안이 보급될 때의 오목 스크린이었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에는 노이즈가 많아서, 떻게 저 모니터로 의사는 이것저것 확인을 하나 싶을 정도였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대학병원에 가서 매주 정밀초음파를 보았는데 스크린 크기부터 기능까지 비교가 되어서(태반 혈류의 흐름과 각 혈류의 박동 소리 태반의 문제 파악까지 한눈에 되는 모양이었다.)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의료기기가 정말 좋구나.', 그리고 '비싸겠구나.' 싶었다.




자가 호흡이 불가한 상태로 태어난 둘째는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이였다. 기관지, 호흡기 관련한 병으로 병원을 내방하면, 내야 되는 비용의 1/10만 지불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지난 7월에 만 5세가 된 아들. 산정특례 적용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통보가 왔다. 그러니까,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만 5세가 되기까지 그 혜택을 보는 셈이다. 물론 해외에 오래 거주해서 다 누리지는 못한 것이었고 이마저도 대학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에서는 이용하지 않을 정도로 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저렴해서 "산정특례 적용해서 지불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심각하고 오랫동안 치료가 필요한 아에게는 이 시스템이 얼마나 고마운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받고 있는 양적 질적 의료 혜택은 삶의 질과 직결된 것. 미국 가정 파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 때문.


아이가 태어나서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로 직행했다. 신생아가 인큐베이터 하루 묵는 비용이(호텔 스위트룸도 아닌데) 35만 원이라고 했다. 둘째는 65일간 입원해 있었으니, 35만 원 곱하기 65일을 하면 총 2,275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다 각종 검사와 처치 비용까지 하면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둘째가 퇴원을 할 때 지불했어야 하는 돈은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약 3,5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지불했던 돈은 내가 자발적으로 아이의 뇌 검사를 요청한 MRI 비용 약 100만 원과 그 외 3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총 400여만 원을 내 돈으로 지불한 것. 이마저도 정부의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으로 나중에 얼마를 돌려받았으니 내가 지불한 돈은 3,500만 원의 원가를 생각해 보자면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주에 동생이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3중 추돌 사고가 났다. 뒤 차가 동생 차를 박는 바람에 차가 앞으로 튕겨 나가 동생 앞를 박은 사고였다. 큰 외상은 없었지만 온 몸이 긴장상태가 되어 그런 것인지 충돌에 의한 것인지 다음 날부터 목과 어깨, 허리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병가를 내고 병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부터는 가까운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보험사와 병원 시스템이 잘 연계되어 있어 물리치료 후 계산은 할 필요가 없고 했다.


자메이카는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 조사만 2개월 넘게 한다. 그리고 조사가 끝나고 나면 수리를 하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사고 난 이후부터 차를 수리하는 데는 총 6개월이 넘게 걸린다. 고구마 백 개쯤 삼킨 답답한 느낌이 여기저기서 든다.




내가 그곳에 체류하는 동안 한 병원의 NICU에서 같은 날 총 17명의 아이가 사망한 적이 있다. 그것도 잘한다는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오싹했던 기억이 있다. 


병명을 찾지 못해 결국 한국행을 택하는 교민도 많이 보았다. 불안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비싼 병원을 다니며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늘 우리 주변을 서성였다.


우리나라도 가끔은 의료사고가 나서 시끄러울 때가 있지만 비율 현저히 낮다. 또한 사회의 주춧돌인 40-50대의 사고 응급대처가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의료인부터, 의료인들의 근무여건 및 복지가 더 좋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도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에 한 표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는 병원 접근성이 높고, 응급 상황 시 처치가 빠른 편이며, 건강보험제도와 정부지원시스템으로 인한 의료비 혜택이 좋, 각종 관련 시스템 연계가 잘 되어 있 것 말이다.


내 나라 한국에 와서 좋은 네 번째 이유는 바로 높은 병원 접근성과 좋은 의료 시스템 때문이다.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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