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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Sep 22. 2019

한국은 쇼핑 천국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6 - 쇼핑의 나라


한국은 쇼핑 천국이라서 좋다



자메이카에서 우리 가족의 엥겔지수는 상당히 높았다. 생활비는 거의 값비싼 식재료를 사는 데 들었다. 필요해서 사야 했던 장난감도 옷가지도 모두 하나같이 너무 비쌌다. 퀄리티에 비해 어느 정도의 값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인 지를 따지는 나로서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10불짜리 옷이 자메이카에 수입되어 소비자에게 오면 그것은 50불짜리로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의 장난감도 하나 둘 샀었지만 나중에는 아마존에서 검색해서 사거나 친구들이 내놓는 중고시장을 이용했다. 


어제 식료품을 샀다. 오늘도 식료품을 샀다. 그리고 내일도 살 것이다. 살 것이 이것 밖에 없어서다.


덕분에 여자의 쇼핑으로 지불되는 미용비, 의류비 등의 항목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5''서 언급한 그 나라 헤어디자이너의 솜씨는 머리를 다듬는데 드는 돈도 아끼게 도왔으니 말이다.


외국에서 만났던 한 친구는 남편이 주한국캐나다대사관으로 발령을 받아 한국으로 이주해 왔다. 캐나다인 친구는 한국의 시즌별 쇼핑에 재미가 들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소주도 바비큐 문화도 사랑했다. 캐나다로 돌아가 한국 주말(Korean weekend)이라고 이름 붙여 온 가족을 불러 우리나라 음식을 식탁 한 가득 차려냈다. 삼겹살, 김밥, 각종 쌈과 장까지 그녀의 솜씨에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한국이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는 실로 상품이 넘쳐난다. 재미없고 귀찮은 일을 줄이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줄을 잇는다. 지난번 ''한국, 이래서 좋더라' 3'에서 미국에서 수입된 주먹만한 사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아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 사과는 왜 이렇게 크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우리는 품종 개량에 열심이다. 사과도 종류가 다양하고 어떻게 하면 알이 크고 당도가 높은 사과를 만들 것인지 연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아는 기후대기학 과학자 한 분은 기후와 옥수수의 연관관계를 연구하며 동남아의 한 정부와 옥수수 재배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에는 본인이 스스로 한국에서 믿을 수 있는 옥수수 품종으로 직접 재배하고 있었다. 부지런하고 명석고 꿈을 실현하는 힘이 있다.



맛이 없는 과일이나 매력이 없는 상품은 시장에서 사장되어 살아남지 못한다. 경쟁도 치열하기에 연구도 치열하다. 탐구심은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


배송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은 마켓 컬리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새벽에 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소비자는 택배 상자를 열고 살아있는 전복을 꺼내 아픈 아이를 위해 신선하고 영양가가 듬뿍 들어간 전복죽을 끓여 낸다.


샛별 배송 마켓 컬리


어제 남편과 함께 팥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 식사를 하러 갔다. 팥의 퀄리티가 정말 좋더라. 첨가물을 섞지 않은 순수 국내 팥을 잘 불리고 쪄내 곱게 간 팥 물을 먹으며 생각했다. 한국은 팥 하나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내는구나. 팥 칼국수, 팥 죽, 팥빙수, 팥빵, 부모님이 좋아하는 팥으로 만든 아이스림 비비빅까지...


어른들의 마트 최애템, 비비빅! (출처: 지윤잉님의 블로그 유쾌한지)




우리나라 상품이 풍부한 이유

무엇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왔는지 짧게 생각해봤다.


1) 한국의 기후, 사계절


우리나라의 4계절 우리가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내게 하는 요인이다. 계절이 바뀌면 가전이 바뀐다. 여름에는 에어컨, 선풍기가 있어야 하고, 겨울에는 히터가 있어야 한다. 난방비를 줄이려는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한 방한 텐트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개발되었다. 추운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여자들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분다. 얇은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고 스카프까지 목에 쓱 매면 멋쟁이가 된다.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를 인기 상품으로 만들었으며, 청소기 조차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성능을 자랑하는 광고로 변화했다. 이때를 잘 아는 홈쇼핑 채널은 매 시즌 별 품을 기획해 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늘 아침 TV틀었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중간중간 편성되어 있는 홈쇼핑 채널에서는 가을/겨울 코트를 파느라 분주했다. 구입은 얼마나 쉬운가. 원클릭이면 구매하고 결제까지 이뤄진다.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까지 해주니 얼마나 편한 쇼핑 시스템인가.


간편한 쇼핑 문화. 이것보다 쉬울 수 없어요.



2) 역사 속에서 기인한 국민성 


- 부지런하고 탐구심이 깊고 문제해결력이 높다


우리의 20세기 초반의 역사는 실로 상실의 역사였다. 그리고 고통의 역사였다. 나라를 빼앗긴 슬픔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어 일본의 백색 국가 조치에 울분을 드러내고 지소미아 종료에 안보와 외교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통쾌한 감정이 올라온다. 20세기 중반, 독립한 우리는 바로 한국 전쟁을 겪는다. 더 아프다. 서로를 죽였다. 그리고 반으로 쪼개졌다.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 상황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전쟁 직후 우리의 모습은 참담했다.


허허벌판에서 경제를 발전시키려고 안간힘을 쓴 베이비 붐 세대. 그들의 노고는 우리에게 한강의 기적을 선물로 주었다. 지독히도 고통스러웠던 상실과 가난의 시절, 벼 끝에서 생면부지의 심정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그 어떤 고매한 정신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했다.


베이비 붐 세대 어르신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IMF 위기에는 모두 하나가 되어 금을 모았다. 살아남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끊없이 도전하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올라오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더 큰 성장을 꿈꾸며 오늘도 달리고 있는 덕분에 모든 것이 풍성해졌다.


미세먼지 하나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의 원인은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온갖 노력을 서슴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신속성과 부지런함은 과거의 경험에서 득한 두려움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이 더욱 멋있게 성장해 주기를!




국의 국민성까지 다루니 조금 심각해졌다. 10여 년 만에 한국에 온 남편은 확실히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된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거리의 차들만 보아도 그렇다. 경제성장률이 과거의 초고속 성장에 비하면 더딘 그래프를 그리고 있지만 아직도 성장하는 국가, 한류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더불어 국격도 높아지는 내 나라가 좋다.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래서 좋더라' 6, 내가 한국에 와서 좋은 이유는 바로 품과 서비스가 싸고 다양하며 풍성히 넘쳐나는 쇼핑천국이라는 점 때문.


헉, 이번 달 내 카드 고지서, 어마마, 큰일났다!


아, 쇼핑 목록을 생각해보니 싱글일 때가 조금은 그립구나.


'한국에 와서 좋은 것 10가지'라는 글을 쓰다가 그 내용이 길어져 각 항목에 대한 내용을 나누어 매거진으로 발행합니다. 공감과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입니다. 글 쓰는 일이 여러분과 저를 이어 주니 오늘도 글을 쓰며 즐겁습니다.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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