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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Dec 08. 2022

잭 오 랜턴

행운의 사나이

산소호흡기와 각종 주사약으로 연명하던 아빠는 당당히 퇴원을 했다.

코로나가 물러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아빠는 행운의 사나이다.

믿을 수 없는 행운이 아빠를 졸졸 따라다녔다.

베트남전에서 살아왔다는 아빠는 그때부터 이미 행운이 따라다녔을지도 모른다.

잭 오 랜턴의 잭도 아닌데 아빤 모든 죽음의 순간을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기억하는 행운

논두렁에 차가 떨어졌다.

아빤 아무렇지도 않았다.


두 번째 기억하는 행운

교차로에서 차가 정면충돌했다.

그 즉시 폐차되었다.

아빤 콧등만 까졌다.


세 번째 기억하는 행운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식을 받아야 했다.

이식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

기회가 더 많은 중국에 가기로 단 며칠 만에 결정했다.

현지 병원과 중국어를 잘 아는 지인을 섭외하여 중국으로 떠났다.

집을 구하고 1년을 기다릴 마음가짐으로 짐을 풀었다.

자축파티를 하던 그날 저녁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맞는 신장이 나왔다고.

얼떨결에 수술을 했다.

보통 이 과정을 이루는데 2년 이상이 걸린다.

아빤 일주일 만에 수술을 받았다.


네 번째 기억하는 행운

4일 동안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꿰매 놓은 신장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붕대를 칭칭 감고 한국에 도착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성공이었다.

무서운 땅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다섯 번째 기억하는 행운

신장이식의 후유증으로 암에 걸렸다.

죽을지도 모르는 수술이라는 설명을 듣고 큰 병원으로 옮겼다.

그 분야 최고 명의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단 두 개의 구멍만으로 수술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여섯 번째 기억하는 행운

암이 재발되었다.

더 이상의 수술은 못한다고 했다.

다시 항암과 방사선이 시작되었고 놀랍게도 한 달 뒤 깨끗이 나았다.






이것이 현재까지의 행운 스토리다.

앞으로 어떤 행운이 더 기다리고 있을까.

무모하다고 생각되던 아빠에게 내심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빠 인생 연극의 관객이 된 것처럼.

행운의 사나이. 이것은 내가 불러주는 아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잭은 과거 술을 매우 잘 마셨고 악마를 골탕 먹이며 몇 번의 죽음을 넘겼다.
화가 난 악마는 잭을 천국에도 지옥에도 못 가게 하고 구천을 떠돌게 했다.
대신 악마는 불쌍한 잭을 위해 순무를 하나 주었고
잭은 순무의 속을 파낸 등을 의지해 구천을 떠돌아다녔다.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 잭 오 랜턴
오늘날의 호박등으로 바뀌어 핼러윈의 상징물이 되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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