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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12. 2023

이렇게 먹어서 10킬로를 뺐습니다

얼마 전 하루에 상추 50장 먹는 이야기를 썼다. 먹는 이야기는 거의 쓰지 않는 내가 웬일인지 상추에 끌려서 메밀과 콜라보로 먹는 이야기를 썼던 것이다. 그런데 이 글 하나가 반 년동안 써온 내 글들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조회수 폭등. 6개월의 조회수를 제치고 저 혼자 달나라로 떠나버렸다. 


사람들이 이렇게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가. 아니면 상추 50장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클릭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상추 50장 정도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쯤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댓글로 소통을 많이 하는 나에게 처음으로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결론 없는 글. 제목에 낚임.


맞습니다. 


나는 결론을 내리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내 생각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이것 봐 그러니까 이러면 좋지 않겠어 하는 류의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글은 그저 글일 뿐 생각은 읽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회 수가 폭등하고 보니, 그래서 어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왜 내가 샐러드를 코끼리처럼 먹게 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따라오시죠. 


때는 27살. 아~ 정말 어리네. 그때 난 밀라노에 있었다. 그곳에서 3년을 살아야 하는 내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엇을 먹고살아야하나. 였다. 당시의 나는 십 년 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던 다이어트 중독자였고,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이탈리아에서 살찌면 어떡하지. 였다. 


공항에서 헤어진 뒤 1년 후에 다시 만나면 다들 10킬로가 불어있으니 조심하라는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미래는 알 수도 없는데, 난 그 말이 가장 무서웠다. 피자와 올리브를 조심하세요.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마트로 들어갔다.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 천지다! 요구르트는 사이즈가 남달랐고 치즈는 이쪽부터 저쪽까지 끝을 모르게 진열되어 있다. 생전 처음 보는 과자는 보는 순간 집어 들게 만든다. 나는 주로 이런 것들을 먹고 살이 쪄왔다. 고기는 거의 안 먹는 나름 채식주의자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깨끗하게 씻어 투명한 백에 담긴 각종 샐러드. 와, 여기는 샐러드를 세척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파는구나. 가격도 너무나 저렴하네. 그날 내 인생에 새로운 식재료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 날부터 나의 장바구니엔 샐러드와 빵, 치즈가 꼭 들어가게 된다. 


배를 내놓고 다니는 밀라노 여자 아이들은 점심으로 뭘 먹을까. 나는 한참 동안 그걸 관찰했다. 놀랍게도 그 아이들은 우리나라 냉면대접 같은 볼에 샐러드를 왕창 담아 자기가 원하는 재료를 골라서 주문한다. 그리고 탄산수 한 병과 비스킷류로 점심을 때운다. 내가 보기엔 분명 때우는 건데 분명 점심으로 그걸 먹는 거다. 


답이 나왔다. 마트에는 갓 씻어 나온 샐러드를 수북이 쌓아놓고 팔고 있다. 점심시간엔 여기저기서 샐러드를 먹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먹고살아야 할 것은 바로 샐러드다!


그런데 샐러드 얼만큼이나 먹어야 배가 고프지 않을까. 그건 내가 원하는 만큼 아주 많이였다. 단백질도 먹어야 하니 계란은 필수. 이 샐러드의 이름은 abondante 샐러드다. 이름 그대로 풍성한 샐러드. (내가 지음)


나는 일 년 동안 매일 아본단떼 샐러드를 먹었다. 여기에 탄수화물이 필요하면 빵에 잼을 듬뿍 발라 먹었다. 씹고 씹고 또 씹고 매일을 그렇게 먹었다. 예상외로 이탈리아 음식은 기름지지 않았고 대신 엄청 짰다. 짜야 이글 거리는 지중해 태양에 쓰러지지 않는다나 뭐라나. 


운동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할 시간도 없었지만 뚜벅이인 나는 그저 울통불퉁 돌길을 열심히 걸어 다녔다. 걷다가 지치면 설탕 한 봉지 넣은 블랙커피를 마시고 집에 와선 코끼리처럼 샐러드를 어푸어푸 먹었다. 그렇게 많이 먹어야 하루 종일 귀에 시끄럽게 달라붙었던 이태리어가 씻겨나갔다. 




이렇게 먹은 지 일 년이 된 어느 날... 정확히 10킬로그램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맘마 미아!

그리고 지금도 난 그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맘마 미아!

제가 왜 샐러드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아시겠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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