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린가요? 사장님 서비스 좀 주시라니요. 전 사장님이 아닙니다. 이것은 제 아이가 게임 시간 1시간에서 10분만 추가로 더 달라는 소리입니다.
우리 집 룰 중의 하나는 주말 게임 1시간이다. 토, 일요일 이렇게 각각 하루에 한 시간이 게임 시간으로 허용된다. 주말이니까 해라~ 하는 보상은 아니고 일주일동안 해야 할 과제를 다 했을 경우! 허용되는 보상 시간이다. 아이는 이 시간만큼은 사수하기 위해 어떻게든 할 일은 마무리 짓는 편이다. 짓는 편편편! 대충이라도 해낸다는 말이다.
엄마입장인 나는 어차피 줄 시간이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무척 꼼꼼히 따진다. 이 시간이 그냥 호락호락 주는 시간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팡팡 풍기기 위해서다.
이런 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의 평화가 우선이고, 아이에겐 제 스스로 쟁취해 낸 것 같은 달콤한 시간일 것이다. 뭐, 매주 주말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어쨌든 과정은 험난하다. 소리 지르기와 씩씩대기가 항상 동반되는 아주 험난한 과정이다. 어후~~~
그렇다고 아이가 딱 한 시간만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10분만 먼저 쓸게. 하고는 5분을 덧 붙이고... 한 시간을 하고는 이 판이 죽으면 끝낸다 하고는 십분 이상을 더 하는 건... 에휴.... 그래 애교다. 하고 있는 걸 무 자르듯 끝내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엄마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아이... 고새 수단이 많이 늘었나 보다. 저녁을 먹고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마치고 이제 좀 씻어 볼까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었는데. 거실 소파에 앉아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사장님 서비스 좀 주세요!"
뭐. 뭐라고? 내가 잘 못 들었나. 발가벗은 엄마는 화장실 문에 얼굴만 내밀고는 재차 물어본다. 뭐라고 그랬니?
"사장님~ 서비스 10분만 더 주세요~~"
아쭈. 방실방실 애교가 끝내주는군. 그런데 왜 나는 갑자기 사장님 마인드가 되는 것인가. 그 말을 듣고는 샤워기 물줄기 아래서 어푸어푸 세수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갑자기 예전 고깃집 할 때의 서비스 마인드가 떠오르며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손님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장님~~ 서비스 좀 주세요" ㅎㅎㅎ
이런 말을 들으면 네네~~ 하며 뭐라도 더 줄 것이 없나 급하게 이것저것을 챙겨주고 싶었던 마음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ㅎㅎㅎ 그랬지 맞아.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진짜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은 게 사장님 마인드였지.
요고요고 언제 이렇게 컸나. 요물일세. 그래 좋다! 서비스다 ㅎㅎㅎ 오늘은 1시간 10분이다! 주고도 기분 좋은 서비스 10분. 이게 바로 사장님 마인드다.
아이가 웃는데 장사가 없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