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무려 한 시간을 데운 따뜻한 우유 한잔과 삶은 계란 하나로 아침 식사를 마무리한다.
이 식사가 끝나는 데는 정확히 30분이 걸린다.
조용한 아침, 누가 차려주는 밥이 아닌 매일 손수 차리는 본인만의 아침식사 루틴이다.
아빠는 시간관념이 정확한 분이다.
약간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한 걸 추구한다.
아침 루틴만 봐도 알겠지만 시간대별로 하는 행동의 패턴이 있다.
어릴 때는 이런 아빠의 시간 강박증이 우리를 괴롭혔다.
어디라도 외출할라치면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나와 기다려야 했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불같은 화를 내시곤 했다.
아빠의 이런 성향을 너무나 잘 아는 우리 가족은 누구나 조금씩 강박증을 앓고 있는 듯하다.
뭐 그렇다고 강박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너무나 강박 교육이 잘 되어 있어 우리 형제는 지각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친구들과의 사소한 약속이라도 10분 먼저 나가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강박증 유전자가 지각이라는 걸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아빠를 보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칸트.
근대철학을 아우르고 현대철학에 지대한 공로를 한 인물.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칸트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매일 정확히 오후 3시 30분에 산책을 했다고 한다. 회색 옷을 입고 등나무 지팡이를 짚은 칸트가 나타나면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 지금도 사람들은 칸트를 기념해 그 길을 '철학자의 길'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