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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콜과 구공탄 Dec 26. 2022

편집자는 편집자다

사람, 돌아봄, 그리고 소통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20일이 지났어요 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7시간 전) 
작가님 글이 보고 싶습니다.. 무려 60일 동안 못 보았네요 ㅠ_ㅠ 지금도 다양한 작가들이 브런치를 통해 책 출간을 하고 다양한 기회를 만나고 있어요, 작가님도 동참하시겠어요? (Oct 27. 2022) 


 120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떤 이는 이 시간을 1년 2개월처럼 알차게 썼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1분 20초처럼 즐겁고 신나게 보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언젠가 교회에서 목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옆사람에게 하는 얘기라고 흘려듣지 마시고, 어떤 말씀이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구나 하고 들어보십시오.” 그 이후로 나는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책, 심지어 예능에서 주고받는 얘기들 중 상당 부분을 ‘아, 나에게 하는 얘기구나.’하며 듣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진지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척이나 복잡한 삶인 것 같다. 특히 브런치에 글 하나 올리지 못 한 지난 120일은 미춰버릴만큼 복잡한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자신을 미치게 하는 상황과 문제와, 특히 사람들과 얽혀 알차지도, 즐겁고 신나지도 않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있겠다. 터널은 분명 끝이 있다... 는 말은 터널을 들어가지 못 해봤거나 이미 다 지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나는 사람에게는 그 어둠과 막막함이 공황장애의 그것과도 비슷하게 정신의 목숨줄을 죄어온다. 


 60일 전에 이 터널을 통과까지는 아니지만, 잠시 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브런치 편집자께서 주셨다(?). 내가 그것을 걷어찬 결과가 오늘 120일이 지나고, 올 한해가 다가는 기념으로 폭탄세일을 하는 Boxing Day에 나타난다. 다행히 더럽게 지루했던 그 하나의 터널은 얼마 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개인적인 결단력이나 지식이나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기에 일상에 최선을 다하며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 하나의 기다림이 끝을 보고 나니 마침 편집자께서 연락을 주셨고(^^;), 이번에는 그 기회를 잡았다. 


 편집자들께서 내 글이 그리울리도 없고, 다른 분들이 다양한 기회를 얻는 일에 나의 동참 여부가 큰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말이라는게, 글이라는게 참 희한하다. 이럴 때는 이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유튜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 아닌 줄 알면서도 속는다. 유튜브에 그렇게 많은 자기계발이나 돈 버는 법, 성공 등에 관한 영상들이 있어도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나라는 사람이 MZ세대가 아니어서 그런지 한 문장, 한 단어가 주는 임팩트가 내 심장을 더 세게 때린다. 핸드폰 바탕화면에서 짧게 뜬, 그것도 60일을 간격으로 단 두 번 뜬 이 메시지가 나로 하여금 다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난 4개월을 찬찬히 돌아본다. 


 먼 이국 땅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또 다른 나라로 가서 새로 시작해야 하나. 소속감의 이슈. 다음 주면 집세를 낼 돈이 모자랄 것 같은데 5년째 하고 있는 이 힘든 일을 언제까지 계속 해야할까. 생존의 이슈. 돈만 버는 일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도와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네. 의미추구의 이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이러고 있는거지?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정체성의 이슈. 


 늦어도 20대 후반이면 잘 마무리하고 30대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답을 갖고 살겠구나 싶었던 이슈들은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내 안에 여전히 자리 잡은채 다른 색깔로 내게 비춰진다. (친근하지만 지겨운 이 질문들은 또 얼마나 나를 안타깝게 쳐다볼까?) 지난 4개월 동안 단 하나의 서류를 기다리던 나는 십대에 시작했던 이 질문들을 새로 던지고 굴리고 짓밟고 짓이기며 아등바등 어떻게 버텨왔다. 


 하나의 터널이 끝나면, 또 다른 터널이 곧 온다... 는 것이 내가 내 인생을 통해 배운 것들 중 한 가지다. 얼마 전 10살 아들이 내게 물었다. “아빠는 아빠가 꼰대라고 생각해?” “음... 응. 아빠는 아빠가 꼰대라고 생각해.” 꼰대라는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꼰대라고 불릴만한 나이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순기능(?)을 가진 부분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나의 터널을 뒤로 하고 또 하나의 터널이 올 거라는 마음가짐을 미리 갖고 있다는 것이 인생 참 힘들게 산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겠지만, 내 나름은 적어도 내 인생에 대해서는 나만의 지혜라고 자부한다. 지난 터널들을 통해 만난 내가 다가오는 터널에서는 조금은 달라진 방식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지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하는 그런 지혜? 


 제목처럼 편집자는 편집자였다. 글쓰기를 올스탑한 사람이 다시금 글을 쓰게끔 만드니 말이다. 멈췄던 손놀림과 현실에만 꽂혀있던 두 눈동자가 풀리게 만드니 말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내 글이 편집자 분들께 어떤 기대감이나 출간의 기회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할 거라는 생각은 단 1도 없다. 오히려 그런 마음이 있다면 단언컨대 특이한 분이다. 그렇지만 지난 4개월의 내 삶을 돌아보게끔 내 공장을 다시 돌리게 만들었으니 그 역시 편집자는 편집자다. 


 계기가 어떻든, 자기 삶을 살아야 하는 주체가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객체로 질질 끌려 살 수 밖에 없었던 꼬라지를 탈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개월을 잘 버티며 각각의 오늘에 최선을 다 한 나도 잘 했고, 120일 동안 푸른색 글쓰기를 클릭하지 않았던 나를 다시 쓰고, 저장하고, 발행하게끔 만든 편집자님들도 대단하시다. 나와 편집자님들께서 감사드린다. 수고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12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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