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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퉁퉁증 Jul 12. 2022

거기 일본인 분들, 이런 질문은 하지 말아 주세요.

feat. 우리도 외국인에게 자주 하는 질문

"일본어는 어떻게 공부했어요?"




일본에 살 때, 일을 하면서 일본 거래처 사람을 만날 때, 누군가와 일본 여행을 할 때 정말 많이 듣는 단골 질문이 있다.


1. 일본어 잘하시네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공부했어요?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어떻게든 일본인과 많이 얘기해보고 싶어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이런 질문이 반가웠다. 그런데 그것도 초반 얼마간이었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고 사람들의 반응도 거의 비슷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걸 물어보니 어느 순간 자세히 말하기가 너무 귀찮아졌다. 


상대방에게 일본어 잘하시네요 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속으로 생각한다. ‘일본어 왜 공부했냐고 물어보겠지’ 어김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내 대답은 이제 정해져 있다. 질문하는 사람도 단순한 호기심일 텐데 굳이 자세히 대답해주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어쩌다 보니 대학에서 공부하게 됐어요”


2. 일본어 읽을 수 있어요?

어이없지만 이 질문, 상당히 많이 받는다. 가끔은 불쾌하게도 느껴진다. 아마 말하기와 읽기 쓰기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얼마 전에는 아는 일본 언니가 가족상을 당해 인스타에 피드를 올렸다. 그걸 보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렇게 어려운 내용도 읽을 수 있냐며 고맙다고 했다.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도 이렇게 말하는데 모르는 사람은 더 한다.


일본인들은 일본어에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있어서, 가나가 많아서 공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크게 착각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각 46자씩 92자도 못 외우면 외국어를 배울 자격이 없다. 진짜 복병은 한자다. 나는 대단한 한자 바보였다. 차마 고백하기 부끄러울 만큼 한자 바보였다. 한자를 거의 그리는 수준으로 그리면서 외워야 했고, 읽는 방법이 지나치게 다양해 고생을 했다. 일본어 한자 읽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니 따로 써봐야겠다. 오히려 히라가나는 읽기만 하면 되니 쉬운데 말이다.


3. 일본 음식 중에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이 질문에는 기대하는 대답이 있는 것 같다. 오코노미야키나 타코야키, 혹은 스시나 라멘처럼 여행에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일본식 음식을 기다리는 눈빛이다. 마치 우리가 외국인에게 ‘김치가 너무 맛있어요’라는 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하지만 내 대답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4. 좋아하는 연예인 있어요?

의외의 질문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냐는 것이었다. 10대 때나 친구들에게 들어본 질문 같다. 일본은 나이가 있어도 소위 말하는 ‘팬질’ 혹은 ‘덕질’을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본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콘서트 투어가 시작되면 전국을 같이 돌아다닌다. 악수회에 가기 위해 응모권을 모으고 팬미팅에 들고 갈 정성스러운 선물과 마음을 담아 팬레터를 쓴다.


나도 좋아하는 가수가 있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여러 콘서트에도 가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 질문을 받으면 왠지 누구라도 열렬히 쫓아다녀야만 할 것 같다. 


5. 한국에서 어디에 살았어요?

서울이나 부산 정도밖에는 모를게 뻔한데 너무 자연스럽게 질문한다. 서울에 산다고 하면 서울 어디에 사냐고 한다. 서울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걸까. 


6. 몇 살이에요?

이건 골 때리는 질문이다. 보통 일본 사람들끼리는 웬만하면 서로 나이를 잘 묻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외국인이라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도 대뜸 나이를 묻는다. 물론 어디서 왜 일본어 배웠냐는 질문은 단연 첫 질문으로 온다.


무슨 비자로 일본에 있는지 묻기도 하고 집 계약은 어떻게 했는지 굉장히 사적인 것을 궁금해한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범주에서 벗어나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은 바꿔서 생각하면 우리도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한 건지 궁금해진다.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어를 잘한다고 감탄하고 싶고 한국을 좋아한다고 하면 괜히 뿌듯하고 멀리 한국까지 와준 그들에게 고맙기도 하다. 지금 사는 집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인지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을 가끔 본다. 유학생인지 직장인지 어디서 왔는지 나 또한 그들이 궁금하다. 그들은 이런 질문을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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