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된 편지

by 새벽뜰


한 며칠, 몸이 곤죽이 됐다. 잘 버티는구나 싶었는데 불청객을 만난 느낌이었다. 꾸준히 안부를 물어오는, 이 우울한 시절에 구름처럼 낭만은 잃지 말자고 하여 메일을 주고받던 이에겐 한동안 답장을 주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전해주는 그의 부지런한 열심에 나는 고맙고 미안했다.




Pm 10 : 15 쉴 새 없이 적어내린 내 손의 조잘거림




주말부터 시작된 불청객과의 만남 때문에 진짜 만나고자 한, 보고 싶던 얼굴은 만날 수가 없었다. 메시지를 보내 놓고 아차, 확인을 빨리 하지는 않던 사람이었지... 생각이 나 부랴부랴 목소리를 짜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한 마디에 상대는 바로 알아챘다. "목소리가 많이 안 좋은데? 아무래도 약속은 뒤로 미뤄야겠다" 내 난처함을 대신 짊어진 듯 말해준 상대에게, 또, 고맙고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내 말에 "아니, 우리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뭐... 나중에 다시 보면 되지."





Pixabay




전화를 끊은 후, 뒤이어 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이 왔다.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2월 다시 보자'

상대를 위해 성실히 골랐던 찻잔들을 더 꼼꼼히 포장하여 선물할 채비를 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나에게 익숙한 공간을 떠나서 낯선 곳으로 와 정착하게 된 이후, 삶과 일상은 많이 불편했다. 잘 다니던 병원도 , 카페도 , 식당도, 서점도.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익숙해질 곳을 찾아야 했으니까. 그러니, 이 모든 따뜻함과 배려가 눈물 나게 고마울 수밖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아주 소란한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