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 movie 김종욱찾기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中>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놓고 나는 항상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며 그 자리를 지켰다. 그래서 아무도 나의 슬픔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마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내가 아랑곳 않았을 것이라 확고히 믿고 있을 것이다. 이런 예는 약간 장난 같고 가벼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도 있지 않나. 우수수 몰려든 사람 중 한 사람이 빠져나가도 서운한 게 사람 마음인데 한 사람이 몰려왔다 한 사람이 나간 자리는 오죽할까.
그립다거나 기억한다거나 하는 감상적 발언은 언제나 혼자 있는 시간에만 열어둔, 굉장히 사적인 감정이었다. 가끔 누군가 그의 안부를 물어도 잘 지내겠지 뭐, 하며 웃고 넘겼으니 아마 진짜 그런 줄로 알았을 것이다. 적어나갈 이야기는 아직 많은데 마치 엔딩을 장식하는 작가처럼 굳이 이별을 떠올리는 건 잘 못 누른 랜덤 버튼 탓이라고 해두자.
내가 어렸을 때 비밀의 화원이란 제목의 만화를 방영했었다. 노래까지 희미하게 생각 날만큼 너무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내가 만들어 둔 정원엔 그가 있다. 내가 만들어 둔 커다란 문은 아주 견고하고 단단하여 쉽게 열리지도 않지만 한 번 열리면 쉽게 닫히지도 않았다. 닫아 놓은 사이 수십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는 걸 알았다. 피고 진 꽃이 수만 송이 었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어서 아무 죄 없는 꽃들에게 사과해야 할 지경이 됐다. 이런 반성을 하고 보니 굳이 비밀일 필요가 없는, 애써 속일 필요 없었던 아름다운 꽃밭일 뿐이었다.
되새김도 묻어두는 나는 여전히 겁쟁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