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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에 딸들 5

선택의 시간

by 루담

5화: 선택의 시간
"너무 빠르다…"



메밀을 씻던 루담의 손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돌조각 두 개가 그녀의 서랍 안에서 기묘한 빛을 내고 있었다.
불의 돌은 여전히 따뜻했고, 처음의 돌은 지금도 가끔 속삭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갈림길 앞에서
심해 할매가 식당에 조용히 들어왔다.
표정은 무거웠고, 두 손엔 예전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사진 속, 젊은 시절의 루담 어머니가 마고 우물가 앞에서 서 있었다.

"너희 어머니도, 이 길을 거절하려 했단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심해 할매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바람 한 줄기가 식당 문틈을 흔들고, 백구가 낮게 짖었다.

"자, 루담아. 넌 어느 쪽이냐.
그냥 이 식당을 지키며 살 거냐.
아니면, 돌을 찾고 마고의 길을 잇겠느냐."

흔들리는 일상
그날 오후,
단골손님이자 마을 이장인 박 씨가 국수를 먹으며 말했다.

"루담이, 요새 좀 이상해. 눈빛이… 깊어졌달까?"

"글쎄, 난 더 맛있어졌다 생각했는데."
김 과장이 웃으며 면발을 훑었다.
"이 국수, 뭔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줘."

루담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식당 안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여기에서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봉인의 경고
돌조각을 쥔 손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리고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오고 있다.
돌이 모두 깨지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네가 아니면 이 마을은, 이 산은 버티지 못한다.”

루담은 눈을 감았다.
식당, 손님들, 백구, 심해 할매, 지민…
모두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떠오른 건 자신의 어머니였다.

결단
루담은 식당 문을 닫았다.
입간판에는 ‘오늘은 쉽니다’라는 손글씨가 걸렸다.

백구, 심해 할매, 그리고 루담.
셋은 조용히 우물가 너머 ‘산등성이’를 향해 걸어 올랐다.

그곳엔 세 번째 돌이 있다는 ‘감’이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직감이 아니었다.
몸 안에서 무언가가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엔딩 씬
같은 시각,
문석중은 어느 폐가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낡은 나무 상자 안엔 오래된 기록지 한 장.
그 위엔 손으로 쓰인 문장.

“돌이 모두 모이면, 마고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때, 이 땅의 주인은 다시 정해진다.”

문석중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셔야죠, 루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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