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

by 김태진

전주행 완행열차,
황금 들녘 위를 비둘기 춤추듯 스칩니다.


창가에 비친 아내의 얼굴,
햇살에 물들어 보드랍습니다.

오늘의 여행, 전주까지.
짧지만, 우리만의 시간입니다.


나는 장난처럼 물었습니다.
“당신, 오늘 더 젊어 보여.”

아내는 빙긋 웃으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깁니다.


치그덕, 치그덕.
기차의 드럼소리에
햇빛도 웃고, 하늘도 하얀 이를 드러냅니다.

그 소리에 맞추어
어느새 발끝으로 리듬을 탑니다.


아내가 발끝으로 툭 치며 속삭입니다.
“당신, 그때 생각나?”

마주친 아내 두 눈이,
비둘기 같습니다.

순간, 신혼 시절의 기적 소리가
겹쳐 들려옵니다.


그때처럼 손등을 포개니,
아내는 말없이 꼭 잡아줍니다.

손마디 굳어진 촉감
세월이 흘렀음을 말해 줍니다.

신혼의 맑음과, 오늘의 따뜻함이 겹쳐지니
기차소리 아련히 귓가로 흐릅니다


긴 숨을 내뱉는 기차 숨소리, 벌써 전주입니다.
흔들리는 가방,
매점 카트,
커피 향기가 스칩니다.

아내는 종이컵을 건네며 말합니다.
“뜨거우니, 조심해.”

그 순간,
소란한 인파 속에서도
그 목소리만은 잔잔히 내 곁에 머물렀습니다.


나는 그 온기로 하루를 살아냅니다.

언젠가 오늘을 다시 떠올릴 때,
기차의 드럼 소리보다,
창밖의 황금 들녘보다,
먼저 기억날 것은 아내의 눈웃음일 것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또렷해져,
내 삶의 모든 역마다 등불이 되어 주기를.

전주역 하늘 위, 비둘기 두 마리.
보도 위, 비둘기 부부 나란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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