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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Jun 16. 2024

상아로 만든 문

단편소설


상습적인 수면불량에 시달리다 보니 가끔은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꾸는가 하면, 꿈인 줄 알았다가 알고 보면 현실인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그래도 대수롭지 않았다. 꿈은 일관성이 없고 현실은 꿈보다 훨씬 생생하니 아무리 그래도 꿈과 현실은 간단히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을 구분 짓는 명확한 경계선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불행의 전조였다. 


“진짜 미쳐버리겠다. 이 나라는 세금으로 과속카메라만 설치하는 거야? S마트 앞에 30킬로 카메라는 언제 생겼대?”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놓고 짜증으로 아내를 대했다.


“일주일 됐는데, 못 봤어? 얼마나 과속했는데?”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몰라, 지나치고 보니까 40쯤 되더라. 벌금이 얼마지?”

“인터넷 찾아봐. 알면 자기가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것 때문에 또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한 거야?”


아내의 말은 사실이었다. 출근길에 지나친 30킬로 과속카메라 덕에 종일 집중하지 못하고 평상시 사건 처리 건수의 절반밖에 못 채웠다. 게다가 아침마다 똑같은 카메라 밑을 개미 속도로 지나가면서 매번 벌금을 떠올릴 생각에 더욱 스트레스가 쌓였다.


‘저놈의 카메라. 저걸 확 부셔 버려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3일이 지나면 과속카메라 위반 건이 인터넷으로 조회되는데 이번 것은 오래 걸렸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 자꾸 기다리다 보니 차라리 벌금 통지서가 빨리 왔으면 하는 심정이 됐다.


“아직 안 나와?”


저녁 시간 내내 스마트폰으로 경찰청 사이트를 조회하고 있는 날 딱한 표정으로 보다가 아내가 물었다.


“그 돈 들여서 시스템 구축하고는 왜 이런 것도 딱딱 못 한대?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속도위반 안 한 거 아니야? 무의식적으로 지켰을 수도 있잖아.”


“아니야. 확실히 위반했어. 과속카메라가 고장이면 몰라도.”

“고장은 아닌 듯. 지난번에 영우 엄마도 거기서 찍혀서 12만 원인가 냈대. 벌금 내면 되지. 그냥 잊어버려.”

“나도 잊을 수 있으면 좋겠다. 12만 원이나 돼? 에이.”


스마트폰을 덮고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입맛이 달아났다. 

나는 당연히 잊지 못했다. 결국 경찰청 민원실에 연락해서 과속위반 사실을 문의했다.


“없습니다.”


귀찮아 죽겠다는 공무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다시 봐도 없어요.”


끊겼다. 홀린 기분이 됐다. 카메라가 고장이 아니고, 위반도 아니라면 과속하는 꿈이라도 꾼 것일까?

현실과 헷갈리는 꿈은 계속됐다. 등산하다가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혼자서 몇 시간을 고생해 하산하고 나니 밤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 검찰청으로 출근하기 전에 병원부터 들르려고 했는데 발목이 씻은 듯이 나아있었다.


“이게 왜 이러지? 자기야, 나 발목 다 나았어! 이런 일도 있나? 금이라도 갔을 줄 알았는데.”


내 호들갑에 아내가 들어와 내 발목을 들여다봤다.


“언제 다쳤어?”

“언제냐니? 어제 등산 갔다가..”


아내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리는 것을 보고 말하는 도중에 깨달았다. 등산은 꿈이었다.

그 외에도 자동차 사고가 나는 꿈, 부장검사에게 심하게 대들다가 멱살잡이하는 꿈, 피의자 조서를 받다가 뻔뻔스러운 태도에 너무 신경질이 나서 때리는 꿈, 그 내용도 점점 과격해졌다.


그 험악한 일들이 모두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매번 안도하고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현실 같은 꿈을 멈출 수는 없었다.


‘왜 꿈에서는 꿈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는 걸까? 한 번만 의심했어도 꿈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그 꿈은 꾸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경찰에서 송치된 하나의 사건 파일로부터 기억이 소환됐다.


“조사관님 이건 뭔가요?”


점심 다녀온 사이에 책상 위에 못 보던 서류철이 있었다.


“연락 안 받으셨어요? 원래 형사2부에 배당된 사건인데 사안이 급하다고 검사님께서 빨리 처리하라고 했다던데요.”

“그랬나? 내가 요즘 좀 깜빡깜빡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려고 애쓰다 보니 건망증이 생겨버렸다.


“깜빡이요? 설마요. 검사님이 깜빡깜빡이면 전 아예 새까맣게요? 그런데 사건 내용은 알고 계시죠?”


열어보기 전에는 전혀 모르는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알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뭐였더라? 요즘 일이 많아서.”


조사관은 내 눈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피해자가 동부지검 진병모 검사잖아요. 아파트 강도 사건이요.”

“아.. 그거..”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놀랐다. ‘진병모가 진짜로 죽었어?’

나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똑같은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꿈의 기억이 맞다면 진병모는 복부와 등에 자상을 입고 과다출혈로 현장에서 즉사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그저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사건파일을 열었다. 복부와 등의 자상, 살해 도구는 등산용 나이프, 처음 두 번은 충동적으로 찌른 것이 분명했다. 상처를 입고 도망치던 진병모는 범인이 뒤에서 찌른 칼에 치명상을 입었다. 우측 신장 파열에 따른 쇼크와 과다출혈, 꿈과 모든 세부내용이 일치했다. 


진병모 검사는 내게 원수나 다름없었다.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2기수 후배지만 나이는 한 살 위, 대학교 선배로 중앙지검에서 사실상 처음 조우했다. 법대 인원이 워낙 많기도 했지만 운동권이었던 진병모는 학창시절 내내 나와 접점이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진병모가 검찰청에서 처음 만난 내게 먼저 인사했다.


“아, 네.”


그는 나를 몰랐지만 나는 그가 대학선배이며 나이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대충 인사를 받지 말고 처음부터 선배 취급을 했더라면, 그랬다면 그와 나는 좀 더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예전에 같이 모시던 형사부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해서 모인 회식자리에서 진병모와 나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됐다. 머쓱해진 나는 어쭙잖은 존댓말로 말을 걸었다.


“진프로, OO학번이라면서요. 그럼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말해요.”


그는 못 들은 척 대꾸도 앉고 앞에 있던 소줏잔을 바닥까지 깨끗이 비웠다. 검사 생활 몇 년 동안 내 프로필을 못 봤을 리 없고 내가 나이도 어리고 대학도 후배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더구나 나는 실세 부장검사의 라인을 타고 중앙지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정치적 성향 때문에 전주지검까지 쫓겨났다가 최근에야 중앙으로 복귀한 진병모는 나를 고까워하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그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괜한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멈췄어야 했다.


“술이 고팠던 모양이네. 공안부 일이 많이 힘들죠?”

“하던 대로 합시다.”


진병모는 내가 채워준 소줏잔은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나 화장실로 가버렸다. 


검사장으로 승진한 ‘실세 부장검사’는 나를 특수부 부부장 자리에 앉혀 놓고 틈나는 대로 불러 이것저것 대소사를 함께 논의했다. 그중에는 인사이동을 위한 정보수집도 있었는데 개별 검사들의 사건처리 능력과 성향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진병모는 요즘 어때? 요즘도 계속 그래?”

“사람이 변하는 것 봤습니까? 감출 수는 있어도 변하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럼 어떡해? 다시 맑은 공기나 마시고 오게 할까?”

“그거야 검사장님이 알아서 하셔야죠. 제가 어떻게 감히...”


한번은 사양.


“선수끼리 그러지 말고, 윤프로 생각을 말해봐.”


검사장의 눈치를 봤다. 진심으로 내 의견을 말해 보라는 것이다.


“지금 공안부는 예민한 사건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진병모 검사는 기계적 공평성이 요구되는 일을 처리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눈치 빠른 검사장은 내 말을 곧 이해하고 슬쩍 미소지었다. 내 뜻이 자기 뜻과 같다는 것을 확인한 검사장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일주일 뒤 인사이동에서 진병모는 그나마 자리 잡았던 공안부에서 형사부의 말석으로 쫓겨났다.


그러면서도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무례를 범해 복수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는 그런 일이 어울렸고 내가 손 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될 일이라고 믿었다. 내 잘못은 조금도 없었다. 


정권이 바뀌고, 영원하지는 않아도 10년은 지속될 것이라 믿었던 권력의 바람이 불과 5년 만에 정반대로 뒤집혔다. 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도 무난할 것이라 믿었던 검사장 선배는 문책성으로 국회 상임위에 불려가는 것이 주 업무가 됐고, 바뀐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노골적인 적대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검사복을 벗었다.


법복을 벗었다고 보복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대검찰청은 음해에 가까운 제보를 근거로 전방위적인 내사를 벌여 검사장 선배의 변호사 개업을 가로막고 연금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때 대검찰청 감사실에서 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나를 집중 조사했던 인물이 진병모 검사였다. 시대의 아이러니다.


“선배, 내용 다 나왔는데 쉽게 가죠.”


그래도 호칭은 선배였다. 이 바닥에서 학번 따위야 사법연수원 기수에 비하면 따질 거리도 되지 못했으니까.

검사장의 혐의내용을 대충 훑어보니 모르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 맥락 없이 혼재돼 있었다.


“어려워 보이는데 어떻게 쉽게 갑니까?”


진병모의 눈빛이 변했다. 그 눈은 내가 준 소줏잔을 받지 않고 화장실로 갔을 때와 비슷하게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나는 그에게 해(害)를 준 것이 없었는데 그는 나의 무엇을 증오했던 것일까? 그저 나이도 어린 내가 잘 나갔던 것이 미웠던 것일까? 아니면 깍듯이 선배 대접을 하지 않아서일까? 이제 와 드는 생각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 없는 것 같다.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했지만 모르는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은 완강히 부인했다. 1년 가까운 내부감사가 끝나고 나는 6개월 감봉조치와 함께 지방으로 전출됐다. 징계사유는 불성실하게 감사에 임했다는 것과 검사장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 두 가지였다.


그러면서 진병모는 철저한 감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승진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뒤에는 그를 밀어주던 새정권의 실세가 대검찰청 고위직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후 4년 이상 지방을 돌다 서울로 돌아왔을 때 진병모는 동부지방검찰청의 잘 나가는 부장검사가 돼 있었고 나는 중앙지검 형사부의 이전만도 못한 직책을 맡아 간신히 검사 생활을 연명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나가라는 거 맞지? 그러면 힘들게 검사 그만하고 우리도 변호사 개업하자. 뭐 어때?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애 유학도 보내고.”


아내의 말이 악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대답은 고울 수 없었다.


“지금 나가면 어디로 가는데? 정권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데가 로펌이야. 지난 정권 낙인 찍혀서 받아주지도 않고 거지꼴로 여기저기 다니며 일자리 달라고 구걸할 생각도 없어!”


“누가 꼭 대형 로펌에 취직하래? 좀 작은 데도 좋고, 아니면 혼자 개업해도 되잖아.”


“나 홀로 개업? 진짜 거지 될 일 있어? 임대료는커녕 사무장 월급도 못 줘. 너도 검사 사모님 소리만 듣다 보니까 세상 물정 모르지? 서초동 가봐. 망해 나가는 개인 변호사가 한 가득이야.”


내가 수년씩 지방을 도는 동안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도 불평하지 않았던 아내가 그날 처음으로 울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진병모 그 인간은 내 아내의 눈물에 확실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랬던 진병모가 살해됐다. 원수 같던 인간이 죽어 사라졌으니 가슴 한켠에서는 시원한 마음이 생길 만도 한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범인은 어떻게 잡았다구요?”

“벌써 자수했죠.”


“자수? 강도살해 사건인데 자수? 왜요?”

“거기 경찰 조서에 다 적혀 있지 않나요? 저도 세부 내용까지는 다 모르는데요.”


조사관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 미안.”

“오늘 좀 이상하시네. 어디 안 좋으세요?”


페이지를 넘겨 피의자 진술서를 읽기 시작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금품을 훔치기 위해 아파트에 침입했다가 엉겁결에 칼을 휘둘렀으며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내용.


‘죽일 생각이 없었는데 뒤에서 칼을 찔러?’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 영상 원본도 있어요?”

“사진에 다 있는데. 직접 보시게요?”


“이걸로는 얼굴이 안 보이지 않나요?”

“원본도 마찬가지일 텐데. 꼭 보시겠다면 요청해서 가져 오구요. 시간 좀 걸릴 텐데.”


조사관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이거 많이 급한 건가요?”

“잘 아시면서. 언론에 나기 전에 처리하려는 거잖아요. 범인 잡았고, 증거 다 있고, 자백 있고, 뻔한 건데. 아마 기안 올리면 보고하기도 전에 전자결재 날 걸요?”


“그렇겠죠?”

“당연하죠. 괜히 보강 수사한다고 시간 끌면 검사님만 더 곤란해질 텐데. 안 그래도 힘드신데.”


조사관은 검찰 수사관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이었다. 검찰 내부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히 알고 있고 내 처지가 어떤지도 잘 알았다. 기소만 하면 손쉽게 건수 올릴 수 있는 사건으로 시간 끌다가 윗선에 찍히면 이제 구제불능이라는 충고였다. 고마운 일이었다. 끈 떨어진 평검사에게 이 정도 호의라니.


그래도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모두 꿈 때문이었다.


“그러면 피의자 소환 조사 한 번만 더 하죠. 지금 서울 구치소에 수감 돼 있나요?”


결정했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조사관은 마지못해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스케줄 잡겠습니다.”


조사관은 아마 망해도 내가 망하지 자기가 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껏 나를 위해 조언해 준 것인데 무시됐으니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을까? 무엇이 됐든 결과적으로 그가 옳았다.



다음 날, 조사실에서 대면한 피의자는 사진에 비해 더 초라했다. 나이보다 얼굴은 늙어 보였고 눈은 생기를 잃어 거친 일상을 살아내기도 힘겨워 보였다. 내가 아는 살인자의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일반인 보다 훨씬 야생에 가깝고 조절되지 않는 생동감이 넘쳤다.


“금품을 훔치려다 벌인 우발적 살인이라구요?”

“네.”


그는 내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왜 자수했습니까?”

“네?”


“자수한 이유가 뭐냐구요?”

“경찰서에서 말했는데..”


“경찰서에서 진술했다고 해도 검사가 물으면 다시 답해야 합니다. 자수한 이유가 뭡니까?”


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조사실 내부를 살폈다. 전과자인 범인에게 그리 생소한 풍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거기 써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는 턱을 조금 움직여 조서를 가리켰다. 나는 조서를 보면서 그대로 읽었다.


“범행이 후회되고 형량을 적게 받기 위해서라.. 강도살인의 형량은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인데, 자수로 감형 받는다 해도 20년 이상, 이렇게 자수할 생각이었으면 그냥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하지 왜 강도살인 혐의를 인정했죠?”


일반 살인죄의 형량이 더 가볍다는 말에 그의 표정이 움찔했다. 모르고 있었든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것이었다.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위협만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반항해서 어쩔 수 없이..”


“뒤에서 찔렀잖아요! 도망가는 사람을 찔러 놓고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말이 돼요?”


내가 추궁하자 그는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포기하는 것이다. 그쯤에서 나는 진짜 범행동기를 물으려 했다. 조서에는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벌였다고만 적혀 있지, 가지고 간 현금이나 귀금속이 얼마만큼인지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질문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진병모가 죽는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바로 내가 꾼 꿈이었다. 엉겁결에 복부에 칼을 맞은 진병모는 잔뜩 겁을 먹고 뒤돌아 도망쳤다. 반면 범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거실로 도망치는 진병모의 오른쪽 허리부분에 세차게 칼을 찔러 넣었다. 게다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피해자를 무표정하게 내려다봤다. 마치 죽어 마땅하다는 듯이.


범인은 화장실에 들어가 손에 묻은 피를 깨끗이 씻고, 칼은 지문이 남지 않게 준비해 온 종이봉투에 넣었다. 꿈대로라면 금품과는 아무 상관없는 완벽한 계획살인, 1급 살인이었다.


아무리 생생해도 꿈은 꿈일 뿐이겠지만 문제가 있었다. 진병모가 죽는 그 모든 장면이 1인칭으로 보였었다. 살인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들고 있던 칼도 마치 내가 들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결정적으로 화장실 거울 속에는 내 얼굴이 있었다. 피가 너무 많이 묻어 짜증난다는 표정과 경멸스럽다는 그 눈빛.


1차 소환조사는 그렇게 끝났다. 

피의자를 구치소로 돌려보내고 나니 조사관이 만족하냐는 얼굴로 물었다.


“확실하죠? 이제 기소하실 겁니까?”

“아뇨.”


“네? 왜요?”

“없어진 게 뭐였어요? 조서에는 없던데.”


“뭐가 없어요?”

“금품을 훔쳐 달아났으면 피해자 집에 없어진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뭐냐구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조사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저도 모르는데요.”


다른 부서에서 넘어온 사건인 데다 조서에도 없는 내용을 조사관이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괜한 짜증을 냈다고 후회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조사관님, 미안한데 피의자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범행을 벌였다고 하잖아요. 그 아들이 입원한 병원이 어딘지 알아봐 주시겠어요?” 


종합병원 원무과 직원은 컴퓨터로 병원비 내역을 찾아보는 내내 내 눈치를 살폈다. 모니터 사이로 힐끔힐끔, 눈이 마주칠 때면 고의로 시선을 피하는 것이 확실했다.


“혹시 나를 압니까?”


검사 신분증을 보여줬으니 뭐하는 사람인지는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는지 묻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날 봤을 가능성도 있었다. 만에 하나, 백만분의 1의 확률로 내 꿈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살인자가 나였다면.. 거짓으로 범인을 자수시키기 위해 내가 병원비를 냈더라면..


“아.. 아뇨. 여기 있네요. 병원비는 현금으로 완납했습니다. 좀 이상하긴 하네요. 저도 이 보호자 기억나거든요. 수술비도 내지 못해 쩔쩔맸었는데 갑자기 일시불로 내더라구요.”


“그래서요? 돈이 어디서 났는지 물었습니까?”

“네? 아닙니다. 제가 뭐 형사도 아니고 돈만 받으면 되니까.”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무슨 말이요?”


“그냥 어떤 말이라도.. 잘 기억해 보세요.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원무과 직원은 망설였다. 살인사건에 엮이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글쎄요.”


“이 봐요.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는 것 같은데, 만약 범인이 병원비로 지급한 돈이 범행으로 취득했다고 판명되면 병원 측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요. 조금 전에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병원비를 완납해서 이상했다고.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의 입수경위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작물거래에 해당할 수 있어요.”


원무과 직원의 표정이 급변했다. 기억나는 게 있는 것이다.


“그게, 잘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돈은 또 구할 수 있으니까 필요하면 이리 연락하라고.”


직원은 급하게 서랍을 뒤지더니 범인이 남기고 간 전화번호를 넘겼다. 진병모를 죽이고 그 집에서 훔친 돈으로 병원비를 냈는데 돈을 또 구할 수 있다고 했다면 훔친 돈이 남아있다는 말인데, 그때는 자수할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범인의 집은 이미 경찰이 샅샅이 뒤졌다. 그곳에 남아있는 돈은 없었다. 공범이 있었나?


병원비를 낸 시점은 강도살인이 행해지고 3일 후, 왜 3일이나 지체했지? 잡혀서 돈을 압수당하기 전에 내는 게 안전하지 않나? 의문이 증폭됐다. 만약 진범이 따로 있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가짜 범인에게 돈을 주고 자수시킨 것이라면, 그러면 시간적 차이가 설명된다.


‘그게 나?’


머리를 흔들었다. 절대 아니다. 진병모를 죽이는 꿈은 꿨어도 가짜 범인을 매수한 기억은 꿈에서도 없었다. 그런 꿈은 꾼 적도 없다. 현실이든 꿈이든 아무 기억도 없다면 그건 벌어지지 않은 일이 분명했다. 나는 억지로 안도했다.


운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서 받았던 전화번호로 전화했다.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범인의 압수물품 목록을 살피니 예상대로 휴대폰이 있었다. 그런데 휴대폰 번호가 달랐다. 당연했다. 잡히거나 자수할 것을 예상했다면 다른 사람의 번호일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에 그 번호가 진범이 가짜 범인과 연락했던 전화번호라면 대포폰일 것이었다. 치밀하게 범행을 조작해 가짜 범인까지 내세울 정도라면 자기 전화번호를 넘기는 바보짓은 하지 않을 것이니까. 만약에 만약이지만 그 진범이 나라면? 나라면 대포폰을 어디에 숨겼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평상시 비상금 한번 숨겨본 일이 없는 내가 뭔가를 숨길 곳이라면 은행의 대여금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속에는 결혼식 예물로 받은 몇 가지 귀금속과 선물로 받은 상품권, 그리고 아파트 등기권리증이 있을 것인데..


은행으로 향했다. 떨리는 손으로 대여금고를 열었을 때, 그 안에는 검은색 휴대폰이 하나 있었다. 너무 놀라 휴대폰을 켰을 때 깨달았다. 그 전화기는 몇 년 전에 사용했던 구형 스마트폰이었다. 저장된 사진을 백업하기 귀찮아서 통째로 보관한 것인데 그것이 대여금고에 있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었다.


날 오후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 더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조사관은 왜 뻔한 사건을 기소하지 않고 계속 미루는지 묻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심각한 내 표정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진병모가 죽던 장면에 대한 기억이 꿈인지 조서를 읽다가 떠오른 망상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자꾸 상상하다보니 내가 전과기록을 뒤져 가짜 범인을 찾고 돈으로 매수하는 장면까지 선명하게 그려졌다.


“검사님, 피의자가 진술을 바꾸겠다면서 검사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동을 피우고 있다는데요?”

“진술을 어떻게 바꾸는데요?”


“사실은 예전에 기소됐을 때 진검사를 만난 적 있었는데, 그때 너무 가혹하게 형량을 구형한 것에 대해 항의하려고 찾아갔다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조사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 재판기록 볼 수 있어요?”


피의자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그때도 금품을 훔치기 위해 침입했다가 집주인과 마주쳤고 몸싸움 끝에 중상을 입혔다. 과실치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진병모는 그러지 않았다. 다행히 재판부가 아들이 장기 투병 중인 정황 등을 고려해 구형보다 최종형량을 낮췄고, 피의자는 모범수로 인정받아 가석방됐다.


아무리 원한이 깊다 해도 가석방까지 받아놓고 담당검사를 찾아가 그런 난리를 피워?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금품을 노린 게 아니라면 병원비는 무슨 수로 냈다는 말인가? 애초에 그 많은 금품을 진병모가 집안에 쌓아두고 있었다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 미치겠다. 



처음 가본 정신병원은 병원이라기보다는 테라피센터 같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반면 의사는 흰머리가 희끗한 40대 후반의 남자였는데 고압적이지만 조금은 나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큰 문제는 아닌데 머리가 복잡해서 전문가의 소견이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현직 검사에게 허튼소리는 금지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큰 문제인지 아닌지는 전문가에게 맡기시고 증상을 말해 보세요.”


그는 날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무성의하게 모니터만 보고 있는데 뉴스 기사라도 검색 중인 것 같았다.


“꿈과 현실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이런 병도 있습니까?”


“꿈의 종류에 따라 다르죠. 그냥 개꿈이면 구분하지 못할 리 없으니 꽤나 생생한 꿈일 것 같은데, 꿈에서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내용도 알아야 합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도움은 되겠죠.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는 사람인가요?”

“네.”


“그 사람은 지금 살아있습니까?”


대답하지 않았다. 그제야 의사는 내 얼굴을 보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죽었나 보군요. 범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합니까?”

“범인은 자수했습니다. 증거도 있구요.”


“그래도 믿지 않는 거죠? 이곳을 찾아온 거 보면. 범인의 자백을 믿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꿈이 너무 생생해서.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 내가 죽여놓고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물론 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생각하다보면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착각하는 일도 생길 수 있는 일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의사는 쉽게 답하지 않았다.


“다른 증상은 없습니까? 손발이 조금 떨린다든가, 목소리가 작게 나온다든가.”

“없습니다. 짐작되는 병이 있나요?”


“얼굴은 원래 그렇게 표정이 없는 편입니까? 아니면 최근에 좀 굳었다는 느낌이라도..?”

“도대체 왜 그런 걸 묻습니까?”


“파킨슨병에 걸리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례가 있긴 합니다만.. 아닌 것 같군요.”

“아닌 것 같다면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MRI를 찍으면 알 수 있지 않나요?”


의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두개골을 열어보기 전에는 확진할 수 없습니다. 뇌생검을 원하십니까? 꽤 위험한데.”


의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야말로 의사의 머리를 열어 생각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상아로 만든 문’으로 나오는 꿈은 거짓이고, ‘뿔의 문’으로 나오는 꿈은 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꿈을 꾼 사람이 깨어나면 그 꿈이 어느 문으로 나왔는지 종종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죠. 환자분의 꿈은 어느 문으로 나왔을까요?”


수수께끼 같은 의사의 질문에 나는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살인하는 꿈이 꿈인지 사실이었지는 나만 알 수 있다는 것인데, 나의 꿈은 어느 쪽 문을 통해 나왔을까?


“굳이 꿈을 현실과 구분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양쪽을 모두 열심히 건강하게, 안전하게 사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음번 꿈에서는 살인 같은 것도 하지 마시고, 높은 데서 뛰어내리지도 말고.”


의사는 무표정한 듯, 미소 짓는 듯 애매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내가 죽였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안 죽였을 가능성이 더 큰 거 아닙니까? 어차피 법이라는 게 증거가 있어야 한다면서요? 환자분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없으니까 무죄인 거죠. 그럼 해결된 거죠?”


의사는 진단과 치료 모두 끝났다는 듯이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허무하게 병원을 나왔다. 그래도 마음은 조금 홀가분해졌다. 


검찰청으로 돌아와 진병모 검사 강도살인사건에 대한 기안을 마무리했다. 지극히 사무적이고도 무의미한 내 타이핑 소리를 들으면서 조사관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공정한 판단은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 객관적 수사와 증거에 근거한다. 막연한 짐작으로 내 자신을 범인으로 몰고 갈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검사는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갈 뿐이다. 흔히 자백을 증거의 왕이라 부른다. 누구의 강요도 없이 그는 자신이 진병모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그 이상 뭐가 필요할까?


“참 피의자가 진술을 바꾸겠다고 한 것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안 만나봐도 되겠어요?”


조사관이 막 기억났다는 듯이 물었다.


“피의자가 진술 바꾸는 게 새로운 일도 아니고, 그냥 원안대로 가죠. 억울한 게 있으면 재판정에서 다투면 되겠죠.”


난 조사관을 보지도 않고 답했다. 어차피 재판은 공판 담당 검사가 진행할 것이다. 이것으로 내 할 일은 끝이다. 예정보다 며칠 늦어졌지만 이 정도는 지검장도 이해할 것이었다.


공소장 작성을 끝내고 전자결재 시스템의 전송 버튼 위에 마우스를 올렸다. 마지막 버튼을 누르기 전에 실수는 없는지 눈대중으로 한번 더 살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모두 꿈일 뿐이다. 아니면 망상이거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병원으로 은행으로 노심초사 돌아다녔던 그 일조차 꿈처럼 느껴졌다.


‘내가 아무리 진병모가 죽도록 밉다고 해도 그를 죽여놓고 전과자를 매수해 거짓 자수까지 시켰겠나?’


몇 초간 마우스 왼쪽 버튼을 집게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왠지 긴장되고 심장이 쿵쿵대는 것 같았다. 눌렀다!


별것도 아닌데 큰일을 완수한 것처럼 자그맣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 한숨 소리를 조사관이 들었을까 눈치를 살폈지만 그는 조금도 모르는 눈치였다. 회전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창 밖풍경을 보려고 했다. 그때 사무실 바닥의 타일이 조금 벗겨진 게 눈에 들어왔다.


왠지 눈에 익다. 저 타일의 갈라진 틈으로 뾰족한 것을 집어넣어 들어 올리면 휴대폰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공간이 나올 것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지?


보고서를 전송하고 잠시 진정됐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굽혀 타일을 뜯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안될 일이었다. 그 모습을 조사관이 보기라도 한다면, 정말 전화기가 나오고 그게 범인이 건네준 전화번호의 대포폰이라면, 그렇다면 역시 범인은 나?


나는 조사관이 보지 못하게 고개도 숙이지 않고 눈으로만 타일의 갈라진 틈을 노려봤다. 그 사이로 휴대폰 비슷한 물체가 보이기라도 할 듯, 아니면 수퍼맨처럼 투시라도 할 것처럼,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이 또한 망상일 뿐이다.’


나는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떠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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