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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Aug 16. 2019

사랑하면 진다

사랑 대신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유

사랑에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보다 사랑에 이긴다는 건 뭘까? 

방영 중인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예로 들어보자. 극중 아이유는 천년 전에 고구려 유민 도적단을 이끌다가 적군의 장수 이도현과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대가로 배신을 당하고 부하들을 잃게 된 아이유는 복수를 위해 성에 잠입하고 마침내 배신한 연인의 목에 칼을 들이 댄다. 

아직 결말이 나오지 않아, 그 칼로 이도현의 목을 베었는지 아니면 역으로 죽임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이것 하나는 알 수 있다. 무예가 출중한 이도현이 순순히 아이유의 칼을 맞았다면 그건 사랑이었다고, 어쩔 수 없이 배신했지만 그녀의 칼을 받는 것으로 사랑의 고백을 대신했다고, 그리고 패했다고.


사랑에 관한 가장 큰 선입견은 사랑하면 즐겁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노래를 찾아보자.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슬프게도 이 노래는 사실일 때가 많다.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은 애잔하고 서글픈 노래가 많으며 기억에도 오래가고 가슴에도 사무친다. 당장 즐거운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를 하나 떠올려보자.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 마룬 파이브의 <Sugar> 또,, 그만!!


싸우자는 게 아니다. 논쟁도 아니다. 이거 하나만 인정하자. 

사랑만큼 뒤끝이 더럽고, 사람을 미치게 하고, 잊혀지면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없다. 그 중에 가장 큰 부작용이 ‘사랑하면 진다’는 사실이다. 


현실에서 사랑의 패배는 픽션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상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질질 끌려 다니다가 질리게 되고 화내고 후회하고 사과하고 끌려다니고 무한반복. 잘 극복하면 다행, 인생 망치면 저만 손해, 이 모두가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부작용이다. 


영리한 현대인은 이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남친 혹은 여친과 헤어져도 좋아한 것뿐이니까, 사랑하진 않았으니까, “난 괜찮아.”


사랑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사랑에 이기는 것이다. 끌려 다니지 말고 게임을 리드하면서 밀당에 집착하고 그러다가 먼저 실증내고 먼저 이별하면 ‘승리’가 선언된다. 물론 뒤통수를 치거나 배신하는 것도 사랑에 승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사랑에 이기는 것도 살짝 부작용이 있다. 사랑에 미치는 맛을 절반 이하로 알게 되는 것이다. 온전히 사랑을 맛보려면 사랑의 패배를 겪어봐야 한다. 

사랑에서 전승 무패의 화려한 전적은 공허와 갈증을 더 할뿐 그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1승보다는 차라리 1패가 나으며, 1승1패로도 부족한 게 사랑이다. 최소한 1승2패는 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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