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Missing. 사라지다.

by 시sy

시스템 제어실에서 모니터를 보다가 깜빡 잠든 지현우는 ‘삐삐’거리는 알림소리에 잠을 깼다. 에러가 발생했는지 놀라 정신없이 살펴보는데 지호의 의식전송 프로세스가 완료됐다는 알림이었다. ‘휴우’ 안도했다.


전송에 소용된 시간은, 무려 87시간 24분 58초, 그가 알고 있는 한 최장 기록이다.


현우는 확실하게 완료됐는지 체크하기 위해 로그기록을 살폈다. 이상하게도 로그기록에는 17분 전에 전송완료됐다고 기록돼 있다. ‘내가 17분이나 알림 소리를 못 들었다고?’


다시 살폈다.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분명히 성공한 것이다. 이제 포에버월드 거주민이 된 지호와 아웃라인으로 연결해 안부를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괜찮냐고, 기분은 어떻냐고.


지현우는 다급하게 윤지호의 위치를 검색하고 연결을 시도했다. 위치가 검색되지 않았다. ‘이럴 리가? 뭐가 잘못됐나?’ 시스템을 살펴보니 윤지호의 위치코드 자체가 없었다. 의식전송이 완료되면 자동으로 위치코드가 부여되는데 위치코드가 있어야 포에버월드에서 거주민을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다.


지현우는 떨리는 마음으로 검색 위치를 윤지호의 기본 거주지로 제한해 수동으로 검색했다. 포에버월드에서 막 눈을 떴으면 지금은 거주지 안에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로 만든 새로운 신체에 적응하면서.


그래도 없다. 깨어나자마자 거주지를 이탈했거나 뭐가 잘못된 것이다. 아니면 알림이 17분 늦게 울려서 현우가 검색하기 전에 윤지호가 집을 나갔을 수도 있다. 윤지호의 고유코드를 재차 확인했다. 거주민 상태 시스템에 코드 넘버를 넣고 엔터를 쳤다. 나온다!


성명: 윤지호, 전송일자, 계약기간, 나이, 성별, 거주지.. 등등 그녀에 대해 필요한 정보가 숨 가쁘게 스크롤 된다. 그리고 현재위치는... ‘N/A’


그녀가 사라졌다!



“뭐, 사라졌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해?”


현우의 연락을 받은 박민혁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모든 비용을 대고, 또 윤지호의 보호자로 등록됐으니 당연히 알 권리가 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전송완료 됐으나 실종이라면 미인계는 실패나 다름없으니.


“지금 원인분석 중이에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과거 기록도 살펴보고 있구요.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도..”


안절부절 못하는 쪽은 오히려 지현우다. 시스템 상에 ‘전송완료’로 떴지만 위치를 확인할 수 없다면 그녀가 포에버월드에 제대로 정착한 것인지 아니면 수퍼컴퓨터의 무한한 데이터 속에 묻힌 건지 알 수 없다. ‘이대로 소멸한 것이라면..’


“전송시간도 엄청 길었다며?”


박민혁은 시스템 엔지니어도 아니면서 의외로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하려했다.


“네, 기억 데이터셋에 꽤 큰 용량이 전송됐거나, 아니면 수퍼컴퓨터가 구조를 스캔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우는 지금까지 알아낸 것을 전부 털어놨다. 박민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그럼 그것이랑 연관있겠네. 오래 걸린 시간과 실종.”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까짓, 기다려 보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우리가 연락 못하면 그쪽에서 연락할 수도 있는 것 아니야?”


거주민의 아웃라인 면회요청은 콜센터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콜센터 AI에게 신청하고 전화 받을 보호자가 ‘오케이’하면 약속시간을 잡아 연결하는 방식이다. 아웃라인 연결요금이 너무 비싸서 아무나 하긴 힘들지만.


“그렇긴 하죠.”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제는 다르다. 지현우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돈은 내가 냈는데 당신이 그렇게 풀 죽을 이유는 없잖아. 내가 물어내라 할까봐 그래?”


또 돈 얘기, 현우는 화났지만 화낼 힘도 없다. 그냥 무시했다.


“좀 아는 여자라고 그랬나? 일단 잊어. 그리고 집에 좀 가. 당신 몸에서 쉰내 나는 거 알아?”


박민혁은 가방에서 두툼한 돈봉투를 꺼냈다.


“이건 당신 수고비.”


현우는 조금 당황했다.


“끝난 것도 아닌데 벌써 수고비를..?”


“어차피 줄 거였으니 지금 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먼저 집에 가서 씻고, 푹 자고, 이 돈으로 쇼핑도 좀 하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그래야 다음 대책을 논의하지. 오케이?”


그렇게 말하고 박민혁은 쿨하게 가버렸다. 그에게 이 정도 돈은 정말 하찮은 것인지, 사람이 관대한 것인지, 생각이 없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지현우를 정말 동생처럼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지현우는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는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박민혁이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박민혁의 말대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원인분석이든, 윤지호의 아웃라인 연결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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