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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Sep 08. 2022

마음의 높이

바람과 새와 고양이





초가을의 햇살이 잔잔히 비추는 산에 올랐다. 풍경은 자유롭고 하늘은 선명했다.

돌과 나무뿌리, 곳곳에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오르고  오르니 세상에 한눈에 보이는 정상에 올랐다. 산과 산의 중간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훨훨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날갯짓을 하지 않고도 쉽게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들을 보니 내 몸도 함께 바람을 타는 기분이 들었다. 하얀 셔츠가 살랑이며 바람을 타고, 청량한 공기가 코끝에 스며들어 상쾌함이 마음과 몸을 모두 휘감았다.


 멀리 보이는 빌딩과 아파트 단지들이 그저 가지런히 놓인 작은 물건들로 보이면서 마음은 한없이 높아진다. 새처럼 높게 높게 날아 올라 품을  있는 것이 많아진다.


햇빛 속에서 유연한 몸을 구부리며, 토닥토닥 발걸음을 가볍게 놀려 가까이 다가오는  마리의 고양이. 등산객이 주는 간식을 얻어먹기 위해 다가오는 발길이 여유롭고 자연스럽다.

일 미터쯤 떨어져 잡히지는 않지만 음식은 받아먹기 좋은 위치에서  자리 잡고 앉아 누군가의 선의를 기다린다.  것이 없는 게 미안해지는 녀석의 품위 있는 기다림-

나른히 앉아 있는 고양이를 뒤로 하고 올라온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왔다.


바위와 돌들, 풀잎과 꽃들 곳곳에 쳐진 거미줄- 나무들의 싱그러움을 감상하며 내려오는 길은 더 행복했다. 저 하늘만큼이나 높아진 마음으로 다시 보니 욕심과 부정적인 생각들은 하찮은 감정이 되어 버렸다. 높은 곳에 오르면 마음의 높이도 높아져 너그러워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아는 듯, 평일 낮에도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오랜 우울증과 불면증을 산에 매일 오르며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의 마음도 어느 한편 치유되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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