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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 Jul 08. 2022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는 사이

인생은 느리게 더 느리게



배니엣 스트리트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들어왔다. 블루베리 머핀Blueberry Muffin과

스트롱 카푸치노Small strong cappuccino 한잔을 시켜놓고는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따뜻한 공기를 휘감는 찐한 샹송이 들려온다.

좀 무거운가 싶다가도 북적북적한 Lunch time을 조금이나마 Calm down 시켜주는 이 음악이 어쩐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포크로 쪼갠 머핀 한입에 찐한 카푸치노 한 모금이 들어가면 내 머릿속은 새로운 생각들로 가득 찬다.

옆 테이블의 시끄러운 수다, 컵과 컵받침을 씻어 정리하는 소리들은 내 생각을 더 춤추게 거들뿐이다.

입을 크게 벌리고 포크로 푹 뜬 머핀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내 눈은 카페에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꽂히고 그 순간 머핀은 테이블로 툭 떨어진다.

더 이상 아이는 아니지만 Cafe에만 들어서면 여행자로 변하는 나에게는 여전히 너무나도 흔한 일이다.


노부부로 보이는 한 커플이 카페로 들어선다.

먼저 들어온 여자가 카운터로 가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 남자가 따라 들어와 웃으며 그녀에게 말한다.

"나 저기에 앉아있을게요." 그리고는 어깨에 다정히 손을 감싸며 볼에 가벼운 키스를 한다.

아.. 얼마나 다정한 미소인가.


어제 자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던 요가 동작이 생각난다. 안내자가 말한다. "입술에 가벼운 미소를 지어봅니다."

미소를 짓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어, 오늘 이런 미소는 처음인 것 같은데.."


가볍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떠났을지도 모르는

오늘, 이렇게 펜을 들고 끄적이게 된 이유가 있다.

그 누구보다 현대인인 나에게 잊고 있었던 나의

또 다른 아바타를 깨워주는 AI씨,,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평소 같으면 단순히 보고 넘겨버렸을 메시지에

이끌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면

요즘 내가 공부하고 있는 '데이터' 분야가 더더욱 흥미로워진다.

내 모든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데이터들과 IT란 결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맛있는 카푸치노 한잔은 마시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그렇지만 5분을 한 시간으로 늘려 한 모금에 재밌는 생각과 상상을 더해

느리게 더 늘리고 늘려 마시는 한잔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오스트리아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철학자는 서로 “느긋해지세요!”라는 말로 서로 인사를 건네야 한다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작가 에릭 와이너도 이렇게 말한다.

“멈춤은 실수나 결함이 아니다. 멈춤은 말을 더듬는 것도, 말을 가로막는 것도 아니다. 멈춤은 텅 빈 것이 아니라 잠시 유예된 상황이다.

생각의 씨앗이다. 모든 멈춤은 인식의 가능성, 그리고 궁금해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그럼,

우리 남은 오후도 조금 느긋해 봅시다. (찡긋)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 지음 l 김하현 옮김.어크로스.2021)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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