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주는 힘
코끝이 시려오는 추운 겨울이지만 조금 멀리 도서관에 주차를 하고는 걸어서 커피를 사러 간다.
파란 하늘에 따땃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간다.
차가운 바람에 얼굴이 순간 살얼음처럼 굳어지지만 저 멀리서 달려오던 차가 횡단보도에 맞춰 속도를 줄여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주머니 속 따뜻한 손을 꺼내어 그 온기를 나누어 준다. Thanks.
그냥 마음이 따뜻해서.
그렇게 큰 아케이드를 지나 아기자기 모여있는 상점을 따라 걷다 보면 좋아하는 카페가 나온다.
주인장 이름을 따서 만든 Nick’s 닉스 커피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주민들부터 아가들을
데리고 여행 온 것 같은 패밀리 여행자들까지
카페 앞 조그맣게 나와있는 창문 앞에 서서 옹기종기 모여있다.
다들 주문해놓은 자기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인데 그 와중에 한 커피가 나온다. 헤이 맥스 ~
커피 주문을 받는 친구가 내 이름을 물어본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친절히 스펠링을 불러준다.
엠 아이 이 유 엔.
그렇게 받아 든 커피를 들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금 더 경쾌해진다.
맛있는 커피와 이 상쾌한 공기를 조금 더 즐기고
싶어 방금 왔던 길 말고 옆길로 돌아간다.
코끝에 시원한 공기가 뭉글뭉글 다가와 부딪힌다.
골목을 걸으며 커피 대신 공기 한 모금을 마신다.
익숙한 냄새에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기도 전에 마음속으로 먼저 말이 나온다. “아.. 좋아...”
우리는 온도가 다른 공기를 마실 때면 그 온도에 저장되어있는 추억 속으로 빠르게 빠져든다.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처럼.
이쯤 되면
나는 방금 커피를 테이커웨이 하러 갔던 것이 아니라 몽글몽글한 차가운 공기 한 모금을 사러 다녀왔나 보다.
커피 한잔으로 내 추억 듬뿍 담은 공기 한 모금을 샀으니,
나 오늘 시작이 너무 좋은 아침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