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고들빼기 때문이다
비 소식이 있는 이번 주. 아직 햇살이 쨍쨍한 날, 점심 산책 이후 후딱 두 군데로 장을 보러 다녀왔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을 산책 삼아 다녀온 뒤, 더 신나는 마음을 챙겨 시내의 큰 아시아 슈퍼마켓에 다녀왔다. 뮌헨에도 한국 슈퍼마켓이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다. 아무래도 아시아 슈퍼마켓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음식 등등이 있으니 이쪽으로 발걸음이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반 슈퍼에 밀가루와 식용유가 동이 난 지는 몇 주 째다. 오늘은 보니까 심지어 마가린도 거의 다 팔렸더라. 둘 다 거의 사용하지 않아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재작년 휴지 사태에 이어 신기하기는 하다. 나는 손이 크지를 못해 같은 물품을 두 개 살 때도 한 번 숨 참고 다짐을 해야 하는데.
아시아 슈퍼에서는 크게 마음먹고 잘라진 김치 두 팩과 포기김치 하나를 샀다. 같은 품목을 무려 세 개나 산 것. 그 이유는 요즘 몇 주 째 둘 다 김치를 끊임없이 흡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전을 해 먹기는 하지만 이렇게 냉장고에 김치 마를 일 없기는 또 처음. 이 시작은 호기심에 주문해 본 고들빼기김치였다.
우리 집의 기본적인 밥 구성은 밥과 반찬이다. 가끔 국이나 찌개를 곁들이기도 하는데, 밥 먹을 때 액체류를 같이 잘 못 먹는 나 때문에 국은 없을 때가 더 많다. 전기밥솥이 없어 매 끼 냄비밥을 해야 하는데, 대신 반찬은 한 번 이것저것 만들어 놓으면 간편하다. 독일에 오고 나서 한국에서 택배를 딱 한 번 받았는데, 그때 온 엄마표 반찬으로 몇 달을 잘 먹기도 했다. 물론 가장 편한 것은 온라인 한국 슈퍼에서 다양하게 주문하는 것.
매번 즐겨 먹는 것들만 비슷하게 주문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먹어보고 싶어서 하루는 고들빼기김치라는 것을 주문했다. 처음 들어본 단어였다. 찾아보니 놀랍게도 국화과의 식물이라고 하는데, 그 줄기와 뿌리로 나물이나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쌉쌀함이 입 안에 가득 퍼져 어디에나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이것만 있어도 충분한 밥도둑이었다.
(인스턴트이긴 하지만) 돼지 국밥이나 만둣국에 곁들이기에는 아삭아삭한 무김치가 최고다. 간단하게 슥슥 만들 수 있는 오이 겉절이는 마침 할인 행사를 하는 오이를 여럿 집어 와 한 통 가득 만들어 놓았다. 그러다 보니 김치 중의 기본 김치, 배추김치가 빠져 뭔가 허전한 것. 오늘 김치를 세 팩이나 사 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친구가 강력 추천한 고깃집 김치도 주문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지면 김치볶음밥에 김치찌개를 해서 김치랑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