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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an 07. 2018

불편해서 편한 해

올해는 이렇게 살고 싶다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알려면, 저 사람이 스스로를 얼마만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면 된다. 운 좋게 내 주위엔 매일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 덕분에 나태 지옥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자신에게 후한 게 사람이라, 그게 본능이라,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건 그런 본능을 누른 채 나오는 자기극복의 행동이다. 불편함은 간단하다. 예컨대, 누워있고 싶은데, 몸을 일으켜 러닝머신 위를 뛰게 하고, 배 터지게 먹고 싶은데, 물 한 모금 꿀꺽 삼키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말하고 싶은데, 입을 닫고 남의 말에 귀를 여는 것. 이렇게 간단한 걸 하지 못해 매일 후회하고 반성하는 게 우리네 인간들이지.

최근에 채식을 시작한 친구가 있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제일 불편할 것이다. 내가 알기로 고기에 환장하는, 고기 맛을 아는 사람이다. 호랑이에게 마늘을 들이밀었던 건 단군 할아범이지만, 이 친구는 호랑이자 단군인 셈이다. 아직 시작 단계라 계란 정도는 먹는데, 그마저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그를 볼 때마다 안쓰럽고 대견하다. 언젠가 나도 그 불편함에 발을 들이밀 때가 오겠지 싶어 마음속으로 그를 응원하고 있다.

또 최근에 금주를 시작한 내가 있다. 매일같이 맥주 한 캔을 따고, 또 맥주 한 캔에 그치면 매정하니까 또 두 캔을 따고 세 캔을 땄던 나였다. 작년엔 불편하고 싶지 않았다. 왜 항상 나는 불편해야 하는가. 갑자기 그 생각에 편한 일만 하고 싶었다. 무작정 편했고 편해서 좋았다. 그런데 그 순간의 편함 사이에서도 불편함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편한 걸 그만두기로 했다. 불편해야 편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편해서 불편한 삶, 불편해서 편한 삶. 다른 이에겐 제3의 선택지가 있겠지. 아직 세상을 이 정도밖에 못 보는 나라서,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편해봐서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됐고, 불편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걸 알았다. 불편해서 편한 삶을 살다 보면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뜨겠지.

그래서 올해 내 삶은 이거다. 불편해서 편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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