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로서 8년 차이지만 아직도 즐기면서 일하고 있는 이유
2014년부터 2년 동안 영국 런던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Communication Design) 석사를 하였다. 지원당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이라고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석사 졸업생 졸업전시나 포트폴리오를 보더라도 이 학교 과정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긴 힘들었고, 또한 어떤 스킬을 석사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지 졸업전시는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 이 모호함에 이끌려 해당 학교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 맥락이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당시 나는 미술사와 서양화를 졸업한 후 한 럭셔리 호텔 마케팅 팀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고, 자기 객관화를 하자면,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감각 있게 잘 하진 못했다. 특히 내 작업물은 모던함과 외국물 먹은 듯한 디자인과는 전혀 멀었고, 나 역시 럭셔리 제품과 서비스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럭셔리 프로덕트를 디자인으로 잘 풀어내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이 단순히 감각 있게, 브랜드 가치에 맞게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디자인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석사 지원을 하였다.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도 몰랐기에 이 두리뭉실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석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석사과정에서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은 1. 타이포그래피를 포함한 그래픽 디자인 스킬 다듬기 2. 졸업해서 바로 취업할 수 있게 준비하기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었고, 두 번째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두리뭉실한 석사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디자인에 대한 가치와 신념이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세계사이에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며 사람들이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이다
(Design serves as a powerful tool, adept at solving complex problems and fostering meaningful connections between people and their surroundings—be it physical spaces, the environment, or the broader world. It changes the way how people think of and communicate. )
나는 개인적으로 WHY 왜 질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거나 가치가 없으면, 방향성을 잃거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디자인의 가치를 몸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이 2년간의 석사과정에서 얻은 가장 값진 결과이다. 석사과정 동안 서비스 디자인이나, UX 디자인에 대해 배운 것이라고는 1주일간 BBC에서 주최한 디자인싱킹 (Design Thinking) 워크숍이 다였고, 내가 연구한 작업 주제와 결과물 역시 서양화과정에서 했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주제를 풀어내는 도구와 미디어가 다르긴 했지만. 하지만 석사과정에서 얻은 디자인에 대한 가치와 신념이 있기에 지금까지도 UX 디자인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진 디자인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잘 보여주는 도구와 프로젝트는 너무나 많다. 올해 화두였던 Chat GPT, 역시 디자인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디자인 작업을 하나 고르라면, The Wilderness Downtown을 선택하고 싶다. 2010년에 나온 디자인 작업이라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 봤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https://thewildernessdowntown.com/은 크리스 밀크(Chris Milk)와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Google Creative Lab)이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노래 "We Used to Wait"를 위해 디자인한 대화형 웹사이트이다. 또한 그때 당시 막 출시된 구글 맵의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태크놀로지의의 혁신적인 활용과 사용자에게 맞춤 경험을 제공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플랫폼 자체는 간단하다. 자신의 고향을 위의 써치, Search 인풋 박스에 적으면 고향으로 가는 여정을 음악, 비디오, 구글맵, 이미지를 결합하여 한 편의 뮤직비디오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살고 있지만, 항상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와 여러 상황으로 쉽게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당 디자인을 바라보면, 어떻게 디지털 도구와 콘텐츠가 아날로그적인 감정을 표현해 내고 의미 있는 경험을 창출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는 일반적인 뮤직 비디오를 넘어 사용자의 개인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이 프로젝트는 뮤직 비디오를 일방적인 비디오가 아니라, 사용자와 콘텐츠 간의 대화형 여정으로 변환함으로써 뮤직 비디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웹 기술을 활용하여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이야기를 더 매력적으로 표현해 내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공간/환경/세계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였다. Google 지도와 사용자의 특정 위치를 통합함으로써 디지털 웹과 사용자가 거주하는 물리적인 세계 간의 다리를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2010년 당시에는 Google 맵이 막 나왔을 때라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Google 맵을 어떻게 왜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까지 내가 UX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게 했던 디자인에 대한 가치에 대해 적어보았다. 현재는 이커머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어떻게 세일즈를 향상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내 일에 대한 소명의식과 가치를 지니고 일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