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 여름이면 오이를 썰어 넣은 냉국을 먹는다. 육지와 다른 점이라면 새콤한 오이냉국이 아닌 된장을 풀어넣어 만든다는 점이다. 새콤하다 못해 시큼한 오이냉국을 먹던 나로써는 된장을 푼 냉국?이라게 처음에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었다. 육지사람이 봐도 낯설은게 맞는지 관광객이 많이 오는 식당치고 제주도식 된장냉국을 주는 식당은 잘 못본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참 오묘한 매력이 있더라. 더운 여름에 땀을 잔뜩 흘린 뒤 제주 스타일의 된장 냉국 한사발을 쭈욱 들이키면, 된장의 짠맛과 오이의 수분이 식도를 따라 쭈욱 내려가서는 곧장 땀을 흘려 기운이 쭉 빠진 몸 곳곳으로 짠 기운이 퍼져서 "이제 좀 살 것 같아!"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제대로 제주도식으로 만들려면 오이보다는 물외나 노각을 썰어 넣어야 한다.
나는 육지사람으로 평생을 식초를 푼 새콤한 맛의 오이냉국을 먹었다. 제주에 와 난생 처음으로 된장 냉국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제 육지 스타일의 오이냉국은 못먹을 것 같다. 즉각적인 짠맛이 주는 에너지와 식도를 따라 흘러 들어가는 시원함을 한번 느껴보면 나처럼 제주도식 된장 냉국에 빠지게 될 것이다. 땀흘리고 난 뒤에는 새콤함 보다는 짠맛이 필요한 법이다.
어느날 어머님이 더운 여름날 냉국을 내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 친구가 밭일 하고 잠깐 집에 쉬러 들어왕 냉국 쫙 들이키믄 막 죽어질거 같다가도 막 살아질거담덴 해신디. 예전에는 그말이 무슨뜻인가 잘 모르겠엄신디 이제 나이들어가난 무슨말인지 알켜. 아유.. 여름에 이거 한사발 먹으면 살아지켜” 된장 냉국에는 그런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