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김장은 육지보다 늦은 편이다. 보통 각 집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김장을 많이 하는것 같다. 어머님댁도 김장은 크리스마스나 새해 전날 12월 31일에 주로 한다. 새해에 시댁에서 김장을하고 나면 신년에 떡국과 함께 새김치를 곁들여 먹을 수 있으니 더 좋다. 아무래도 육지보다는 배추가 나오는 시기가 늦어서 인것 같다. 이럴때보면 따뜻한 남쪽나라 테가 제법 난다.
나의 친정은 대한민국에서 최북단인 지역이다 보니 그 영향을 밭아서인지 김치 맛이 시원한 편이다. 지금은 부모님께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셨지만 철원 집에서는 매년 김장을 한 뒤 땅 속 깊숙히 뭍어둔 장독에 넣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먹었다. 한 겨울에 김치를 꺼내 먹으면 어찌나 시원한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 느껴지는게 우리가 만들 때 사이다를 넣었던가? 싶었다. 20대 후반까지도 이런 시원한 맛의 김치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양념이 가득 들어가는 제주도식 김치 맛을 어머님 통해 처음 맛보았는데 손맛 좋은 어머님 스타일의 김치를 맛보아서인지 ‘제주식 김치는 정말 맛있구나!!’ 라고 느껴버렸다. 사실 이건 제주도식 김치가 맛이 있다기 보다는 어머님의 손맛이 맛있어서 인것 같다. 제주와서 본 제주도식 김치가 하나 더있는데, 해장국집에 가면 나오는 물김치가 바로 그거다. 연한 빨간색 국물에 동치미 같기도 나박김치 같기도한 스타일의 물김치가 나오는데, 국물에 깍둑썬 무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처음 그 김치를 보았을때는 깍두기에 누가 물을 부었나 싶었다. 맛있는 해장국집은 김치도 맛이 좋다고, 제주도 해장국집에 나오는 물김치는 해장국과 궁합이 정말 좋다. 새콤하고 시원한게 진득한 스타일의 제주도식 해장국을 먹고 한사발 들이키면 입가심으로 딱이다. 몸국을 먹든 해장국을 먹든 입안에 남아있는 고춧가루 한알도 쭈욱 넘겨서 개운함만 남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