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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Apr 13. 2021

그 녀석이 돌아왔다

내 영역을 침범하던 그 형제들이~

https://brunch.co.kr/@mihyungkim/53

이 나이에 사지 즉 팔다리에 이상이 생기면 빨라야 몇 개월에서 몇 년 아니면 남은 평생을 친구처럼 이 어색함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아주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요즘 종종 듣고 있다.

요즘 근황은...

다리는 이제 걷는 게 남들이 몰라보는 어색함만 남았다.

물론 바닥에 앉았다 일어서지는 아직 못하고 있고 오금 쪽에 찬 물은 아직 빠지지 않아 무릎 뒤쪽이 귀여울 정도로 통통하다.

팔은... 아직 뒤쪽으로 돌아가지 않아 옷을 입고 벗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이젠 좀 살만해졌다.

만남의 서막이 열리고....

여기저기 유튜브를 보고 만든 나만의 팔다리 스트레칭을 하고 여유 있게 소파에 앉았는데....

눈 옆으로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설마~ 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덩그러니 내 검은 실내화만 눈에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며 내심 안심을 했다.

몇 년 전에 겪은 녀석들과의 영역싸움의 트라우마가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요즘 빵 만들기에 빠진 나는 이런저런 빵을 만들어 나눔을 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서 만나 마음을 주고받는 동생을 집으로 오라고 하고 함께 먹을 요량으로 간단한 점심을 준비하고 데니쉬 식빵을 구울 준비를 했다.

일전에 구운 빵을 주었더니 아들이 식탁에 올려놓은 빵을 몽땅 먹어버려 맛도 못 봤다고 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려 이번에는 큼직하게 하나를 제대로 구워줄 요량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다가 빵이 다 익었는지 살피려고 주방으로 들어서는 그때 녀석과 딱 마주쳐버렸다.

겁도 없이 대낮에 주방 옆 거실 아래 벽을 타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던 녀석은 막 주방으로 들어서려는 나의 인기척을 느끼곤 줄행랑을 치듯 주방으로 쏜살같이 달려 식기세척기 밑으로 빨려 들어가듯 도주를 해버렸다.

한두 번 다닌 길이 아닌 듯한 그 녀석의 행보에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혹시 다시 튀어나올까 봐 수건으로 놈이 들어간 곳을 메꾸곤 남편이 눈치 못 채도록 아무 일 없다는 듯 다 익은 빵을 꺼내 들고 다시 거실로 향했다.

남편은 모르게~

남편은 완벽주의자에다 살짝 겁쟁이에다가 생쥐와의 동거는 하루라도 용납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번 생쥐와의 한판 승부를 겨눌 때 알아봤다.

그 당시 생쥐의 존재를 안 남편에 의해 팬츄리의 모든 식품들이 꺼내지고 하나하나 검열을 하고 커다란 수납통을 사들이곤 모든 것을 그곳에 넣은 후에 선반에 착착 정리를 했다.

병에 담긴 것을 빼놓곤 모두 플라스틱 통에 갇혀버린 셈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통기한 지난 나도 모르는 많은 것들이 튀어나왔고 남편의 잔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그 녀석을 호기롭게 잡고 난 후에도 한동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다른 녀석의 흔적이 있나 없나 좋지 않은 눈을 부라리며 다니곤 했던 남편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요번 이 녀석과의 전쟁은 오로지 나 혼자 해야겠다고 그 짧은 순간에 결심을 하고 말았다.

물론 시어머니께도 비밀로 했다.

깔끔한 성격의 시어머니가 알아서 좋을 리 없다는 것이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며느리로서의 선택이었다.

다 잊었는데...

몇 년이 그렇게 지나고 우리 모두는 다 잊고 있었다.

남편도 어느 순간부터 녀석의 흔적을 찾지 않았고 매일 꽉 닫아놨던 팬추리 문이 다시 열리고...

라면과 과자들은 답답한 통에서 나와 언제나 손에 잡힐 수 있는 곳에 버젓이 놓이게 되었다.

물론 편하다는 이유로 서너 개의 통들은 나만의 기준으로 분류된 채  여전히 선반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평온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미 몇 차례 오밤중 알람 소동으로 녀석은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다.

침실이 모두 2층에 있기 때문에 저녁에 문단속을 하고 자러 올라갈 때는 1층에 알람을 켜놓고 올라간다.

언제던가 초청하지 않았고 지금도 누군지 모를 어떤 불청객이 일층을 모두 휘젓고 간 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알람을 설치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두 번이던가.... 알람을 하고 올라가기 무섭게 한번... 그리고 새벽 3시경에 한번 요란하게 알람이 울렸었다.

우리는 누가 들어온 흔적이 없기에 파리나 거미가 샌서에 걸렸나 보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녀석의 등장은 나로 하여금 밥맛도 떨어지게 만들고 잠도 설치게 만들어 버렸다.

남편이 눈치 못 채는 한도 내에서 나름 더 신경을 쓰고 또 썼다.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맥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예전에 사놓았던 쥐덫을 다시 꺼내고...

좋아하는 치즈를 살짝 올리고...

혹시 밤에 남편이 내려와서 볼까 봐... 녀석이 왔던 부엌 옆 소파 뒤쪽에 눈에 안 띄게 두었다.

늘 함께 올라가곤 했는데... 쥐덫을 놓을 시간을 벌기 위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 갔다가 간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고군분투했다.

치즈를 쥐덪에 올려놓곤... 그야말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잡히면.... 어떻게 치울까? 쥐덫까지 버리면 혹시 남편한테 딱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잡은 쥐만 버릴 수 있을까? 혹시 쥐가 아침까지 쥐덪에 걸린 채 살아있으면 어쩌지????'

새벽같이 일어났다.

혹시 남편이 잠에서 깨어 같이 따라 내려올세라... 정말 숨도 죽이고 살금살금....

그리고... 설치해둔 쥐덫을 확인해보니...

헉!!!! 치즈만 없어졌다.

그때 그 녀석의 형제일까?

그때의 일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다.

녀석이 한번 맛본 치즈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미끼를 물 것이란 걸 경험으로 안 나니까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날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팬츄리를 다시 정리를 했다.

역시 그 녀석은 이미 내 영역을 모두 차지해 버리고 보란 듯이 여기저기 흔적을 남겼다.

이상하게도 음식에는 손도 안 대고... 흔적만...

두고 보자~~ 하는 오기가 생겨서 그날 밤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혼자 1층에 남아 마지막 혈투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치즈를 꽉 붙여서 잘 떨어지지 않게 했다.

먹으려는 과욕이 화를 부르는 법이니까...

그렇게 또 잠을 뒤척이며 하룻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일찌감치 내려온 나는 그 녀석의 마지막 저항이 느껴지는 처절한 혈투에서 나의 승리를 보았다.

승리의 쾌감도 잠시... 그 녀석의 흔적을 지우는데 한참이 걸렸다.

어찌어찌해서 쥐와 쥐덫을 분리하고 떨리는 손과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의 영웅담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 후에도 몇 번 쥐덪을 놔보곤 했지만... 더 이상 다른 녀석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요즘 아침이면 돋보기까지 쓰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팬추리를 한 번씩 휘저어보고 있다.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녀석들이다.

제발~~~ 그 녀석들 사이에서 소문이 쫙~~~ 나서 이쪽으론 쉬도 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경고
밑에 층 아줌마 보통이 아님
방심하지 말고 그 영역엔 들어가지 말것
전에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갔던 형제가 비명횡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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