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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나 Nov 30. 2020

1. 처음 맡아 본 냄새

인천에 온 지 20년.


경제적 문제로 부모님은 이혼을 택했지만 한동안은 계속 함께 지냈다. 그러다 나는 고2 무렵 급작스럽게 인천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그동안 엄마는 나와 언니를 데리고 독립할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18살 6월 어느 토요일. 수업을 마친 나는 퇴근한 언니를 만나 1호선을 타고 간석역에 내렸다.

열차의 문이 드르륵.

“아 무슨 냄새야”  

나에게 인천의 첫인상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냄새. 아직도 인천 곳곳에서 이 냄새가 난다.

낯선 길을 걸어 우리가 새로 생활하게 될 집에 도착했다. 어느 정도 짐들은 채워져 있었고 엄마는 일을 하러 간 건지 어딜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언니와 나는 개인의 짐들을 정리하고 나름 이삿날이라며 중국집으로 가 짜장면도 한 그릇씩 비웠다.


너무너무 싫었다. 인천이 싫었다.


인천이라서 싫은 건지 서울이 아니라서 싫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싫었다. 내 학교, 내 친구들 모두 서울에 그대로 있는데. 하다못해 키우던 강아지도 내가 살던 집에 그대로 남아있는데 나는 아니었다. 한동안 인천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싶지 않고 정을 주지 않겠다며 전철역과 집을 오가는 길 말고는 그 어떤 곳도 가보지 않았다.

왜 하필 인천이었냐고 물었다. 하지만 한 번도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해준 적이 없었던 엄마. 보험 일을 하던 엄마의 고객이 인천에 많다고 했다. 또한 인천의 집값은 서울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다 커서 생각이지만 결국 뭐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도 싫던 인천은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내 삶의 터전이 되었고 소중한 추억들로 가득 찬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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