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남기시나요

책 버리기 기준

by 나비바늘

묵은 짐들을 버리고 산뜻한 출발을 하고 싶을 때 무엇부터 버리고 싶은지

만약에 그것이 책이라면 버리는 기준은 무엇인지

묻는다면, 그 답은 다양할 것이다.


심산 작가는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에서

"내게는 다소 고약한 버릇이 있다. 마음이 울적할 때나 몸이 무겁다고 느껴질 때마다 뜬금없이 물건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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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기적으로 내다 버리는 품목들 중에 주변의 지인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것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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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다 버릴 때 나의 기준은 극히 단순하다.

이 책을 다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다. 제아무리 세계적 평판을 얻은 저서들일지라도 다시 들춰볼 일이 없다면 한낱 진열품이요 지적 허영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내다 버려도 그만이다."


참으로 공감하는 글이다.

그렇다면 내가 남기고 싶은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밑줄의 여부이다.

읽다가 묘사가 뛰어나거나

어록이나 멋진 표현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는 독서 습관이 있다. 좋아하는 책은 대체로 지저분하게 보는 편이다.

그럴 땐 이건 소장해야겠네 한다.


다 읽고 난 뒤 밑줄 친 부분만 다시 읽어도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는

왜 이 문장에 공감했을까

감동받았을까, 반응했을까

물음표를 던져보지만,

대부분 다시 봐도 밑줄 치겠구나 싶은 구절이 더 많다.

그런 책은 결국 버리지 못한다.


나는 독서 편향이 있다.

시, 소설, 수필 문학 위주이다.

시집이 제일 많다.

심리학책도 흥미로워한다.

철학적인 서적도 좋아한다.

그런 책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 엄마처럼 문제에 봉착하면 주로 관련 책을 사서 읽고 해결하는 편이라서 실용적인 책도 있다.

꽃과 식물, 질병, 건강, 요리, 인간관계, 집 꾸미기, 뜨개질 등등

이런 책은 이제 놓아주어도 될 것 같다.


한때 많은 책을 버렸지만 여전히 5개의 책장이 남아 있다.

이제는 애들도 다 출가를 했으니

또 한 번 책을 버려야 할 때이다.


다가오는 구정에 가족들이 모이면 소장하고 싶은 책 20권 이내로 남기라고 말해 볼까?

다시 책장에서 끄집어내어 밑줄 친 부분만 읽고 버릴까?

딱 100권만 남겨볼까?


권수보다 중요한

버리는 기준을 정했으니

따라 해 봄직하다.


"밑줄 친 책이든

새 책이든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책은 버리자!"


60이 넘으니 자꾸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숙제처럼 불편하게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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