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이라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단어만 들어도유럽 역사 왕국들의 끝도 없는 화려한 삶이 상상된다.
유럽 궁전들의 장엄하고 웅장함에 여행객들은 잠시 넋을 놓고 하염없이 궁전 속으로 빠져든다. 나 역시 님펜부르크 궁전에 도착했을 때 과거 방문했던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처럼 세련되고 화려한 건물들에 그대로 사로잡혔다.
님펜부르크 궁전은 가는 길이 조금 낯설다. 뮌헨 중앙역에서 S반 지하철을 타고 Laim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여기서부터 걸어가는 길이 많이 독특하다. 다른 길목과는 달리 주택가를 가로질러 가야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이 없고(실제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이 길이 맞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구글 지도를 봐도 경로를 정확히 못 잡아내는 부분이 있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찾아가야한다. 특히 주택가 길이 끝나는 곳에선독일어로 출입금지 라고 보여지는 간판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나무판자로 된 문을 꼭 열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궁전으로 가는 길이 펼쳐진다.
궁전건물이 그림처럼 하나씩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고, 꼭 마법에 홀린듯한 황홀감에 금세 사로잡혔다. 궁전 안은 거대한 대운하가 남북으로 이어지면서 양 옆으로는 큰 정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원들 사이엔 별채들이 세워져 있으며 초록색 나무들 아래 벤치들은 일렬로줄지어 있었다.
궁전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말도 안 되는 동화 속 세상을 볼 수 있다. 정원 앞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은 부서지는 가을볕과 함께 흐르고 새들은 아무 방해도받지 않고 평화롭게 노니고 있었다. 그 앞으로 별처럼 쏟아지는 아름다운 분수는 내 눈앞에 그림처럼 비춰졌다. 아름다움이 짙게 녹아내린 궁전 덕분에 궁전 밖을 나오기까지의 발걸음을 돌리기가 무척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