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도착하자마자 뮌헨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리엔 광장을 제일 먼저 찾아갔다. 뮌헨 여행에
서의 첫 날인 셈이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높은 첨탑의 시청사 건물이 크게 세워져있고 그 앞으로 큰 광장이
펼쳐져있다. 매일 오전 11시에 시계탑에서 인형극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나는 11시가 훌쩍 넘는 시간에 광장에도착하여 인형극을 관람하지는 못했다. 여행객들이 뮌헨에 오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게 볼거리들이 많아 눈 호강을 하며 길거리를 배회하면 기분이 한껏 고조된다. 마리엔 광장 중앙으로는 막시밀리언 황제가 1638년에 세운 뮌헨의 수호신 성모 마리아 탑이 위치해있다. 마리엔 광장의 이름도 이 탑으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리엔 광장 근처엔 눈으로 보며 구경할 곳도 많지만, 테라스나 음식점 등도 굉장히 많다. 나도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려 여러 식당을 둘러보았다. 날씨가 한국과같은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의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초겨울같은 쌀쌀한 기운이 웃돌았다. 테라스에 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한참 고민했지만 아름다운 이 도시
를 잠시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테라스에 앉아 파스타를 먹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분위기 좋은 파스타집이 있
었고, 그 곳에 앉아있는 손님들은 마치 여기 들어와 앉으라는 듯 나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유럽 나라들 중 독일물가는 어느 정도 괜찮은 편이라고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물가가 저렴하지는 않았다. 파스타 한 접시에 17~18유로 정도의 가격을 지불했지만,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도시풍경 속에서 먹는파스타라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마리엔 광장은 뒤로하고 영국정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하지만 마리엔 광장은 내가 묵는 호텔과 굉장히 가까웠기 때문에 뮌헨에 머무는 하루이틀 정도를 제외하고는 저녁 내내 광장을 걸어 다녔
다.) 영국정원은 광장에서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마리엔 광장 다음으로 영국정원을 가는 경로로 동선계획을 짜놓았다. 돌아다닐 곳이 많은 유럽은 시간이 금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때 걸어서 갈 정도의 가까운 거리인지, 지하철이나 트램을이용한다면 몇 정거장 뒤에 내려야 하는지를 미리 찾아보고 돌아다니는 것이 효율적이다.
영국정원을 가는 오솔길 사이가 무척이나 예쁘고 아름다웠다. 과거에 파리를 여러 번 갔던 이유도 사실 에펠
탑보다는 뤽상부르 공원이나 파리에 있는 수많은 정원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정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벤치위로 우거져 있는 초록의 잎들이 나에게 어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초록’, ‘푸른’이라는 형용사와 ‘숲’이라는 명사는 단어 자체로도 너무 예쁘고 순수한 음절이다. 내가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미치도록 동경하는 유토피아 같은 세상에 와있는 것 같은 공간을 뮌헨에서 또 한 번 찾고 말았다. 공원의 큰 규모 또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데 한 몫을 했다. 3.7Km제곱에 달하는 넓은 공원을 전부 산책하기에는 무리였지만 넓은 공원을 홀로 산책하면서 더 넓은 꿈을 꾸고 더 넓은 생각을 하며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