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그 곳
비엔나는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비롯한 비포선라이즈 영화 공간의 추억이 곳곳에 깃들어있다. 프라터 놀이공원도 비포 선라이즈 영화 속에 나오는 장소 중 한 곳이다. 중앙역에서 S반 지하철을 타면 10분정도 소요되고 역에서 내려 5분정도를 걸어가면 머지않아 관람차가 보인다.
입장요금은 성인기준 13.5유로이다. 평일 목요일 저녁에 방문했음에도 공원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일몰이 예쁘다고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아침이나 점심때의 시간보다는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의 시간에 훨씬 사람이 많다. 나는 애초에 놀이기구를 탈 생각은 없었기에 이용권은 끊지 않기로 했다.(프라터는 자유 이용권을 끊고 탑승하는 방식이 아닌 놀이기구 하나를 탈 때마다 표를 끊고 탑승하는 방식이다.)
대관람차가 바로 앞에 보이는 곳에 분위기 좋은 맥주집
이 보여 얼른 들어가 맥주와 햄버거를 주문한 뒤 테라스에 앉아 사람들의 오고감을 눈에 담았다. 모두 온화하고 행복해보였다. 혼자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디즈니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외모의 어여쁜 여성분이 다가와나에게 파티 초대장 티켓을 주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칭찬하던 그 반짝이는 미소가 아직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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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프라터에 일몰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해가 구름 틈에 살짝 걸터앉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제 그마저
도 사라져 가고 있었다. 손목에 시계를 보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갔다. 비포선라이즈가 더더욱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혼자 온 놀이공원,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잠시 스쳐지나갔다. 영화를 떠올리니 그랬던 걸까. 그래도 놀이공원 이라는 순수함 자체, 동화 속 낭만과 함께 했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물론 외로움이 채 가신건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하는 여행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나에게도 ‘외로움’ 이라는 감정이 찾아올 수 있구나 하는 마음에 조금은 놀랐던 것 같다. 하지만 외로워도 여기는 오스트리아다!)
혼자 ‘외롭고 황홀한’ 하루를 알차게 보냈지만 영화 속 잔잔함은 계속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