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제77화: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77화: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
― “우린… 셋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둘둘로 나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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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어질수록, 마음도 복잡해졌다

3학년 봄,
학교 교정은 연분홍 철쭉과 개나리로 화사해졌지만
우리 셋의 마음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늘 함께였던 선영, 하영, 윤하.
하지만 방송활동으로 자리를 자주 비우는 윤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하영,
그리고 둘의 빈자리에 혼자 남아 글을 쓰는 선영.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문득,
"나만 남은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스치듯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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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도서관 복도에서

하교 후,
선영이는 하영이를 찾으러 도서관으로 갔다.
조용한 복도 끝에서 하영이와 현철 오빠가
나란히 앉아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

웃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하영이는 선영이를 보자
조금 놀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어, 벌써 왔어? 나 이거 끝나면 바로 갈게!”

선영이는 괜히
“아냐, 나 먼저 갈게. 그냥 들른 거야.”
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걷는 길 내내, 바람이 속마음까지 훑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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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와의 거리

윤하는 점점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다.
가끔 방송국 촬영 후 들렀다가 금세 사라졌다.
머리엔 헤어스프레이가 남아 있었고
손에는 큐시트와 악보가 들려 있었다.

“선영아! 미안~ 나 또 늦었지?”
밝게 웃었지만,
그 속엔 자꾸 늦어지는 친구의 모습이 있었다.

선영이는 윤하가 자랑스러우면서도
살짝 부럽고,
한편으로는 어쩐지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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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쏟아도 엇갈리는 순간들

며칠 후, 선영이는 하영이에게
자신이 새로 쓴 글을 보여주었다.
“이거… 읽어볼래?”

하지만 하영이는
“미안… 요즘 글 읽을 여유가 없어서…”
하며 살짝 미안한 얼굴을 했다.

선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 나중에라도.”
하지만 속으로는 "나한텐 중요한 건데"
라는 생각이 돌처럼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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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날은 윤하와 하영이 둘이 만나
윤하의 연습실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다음날에서야 들었다.

선영이는 그냥 웃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어긋났을까?’
‘사춘기라 그런 걸까, 아니면 그냥 성장 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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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쓴 솔직한 마음

그날 밤, 선영이는 공책 한쪽에
편지처럼 글을 써 내려갔다.

> “하영아, 윤하야.
우리 정말 많이 웃고 울었던 시간들…
그게 그리워질 줄 몰랐어.
너희는 변한 게 아니겠지.
그냥 각자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는 거겠지.
나도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 그 자리에서 서성이고 있어.
우린 다시 예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



그 편지는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쓰는 동안, 선영이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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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다음 날

하영이가 도시락 뚜껑을 열며 말했다.
“이번 주말에 셋이 같이 영화 보자.
정말… 오래간만에.”

윤하도 “찬성! 스케줄 없으니까 완전 예약!”
하고 엄지를 들었다.

선영이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셋이잖아.”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다시 찾아가고 있었다.
그게, 진짜 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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