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제69화 – 엄마는 필요한 만큼 읽는다
“이젠 버스 타고 다닐 때 간판을 봐.
아는 글자가 나오면 꼭 읽어봐.”
엄마는 마루에 앉아
동생이 엎드려 그림책을 넘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한글 공부를 시작한 지 몇 주쯤 되었을까.
엄마는 여전히 일상에 바쁘셨지만
전보다 눈길을 자주 머무는 곳이 생겼다.
버스정류장, 전봇대, 약봉투, 시장 간판.
엄마는 필요를 따라 글자를 익혀가고 있었다.
“그래도 거의 외워지지는 않는단다.”
엄마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아니 다행이지.
예전엔 하나도 몰랐잖니.”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허리를 펴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더 커 보였다.
글자를 몰라 작아 보이던 엄마가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서
세상과 나란히 설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
한 번은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간 적이 있다.
나는 창가에 앉았고, 엄마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길가에 줄지어 선 가게 간판들이 엄마 눈앞을 스쳐갔다.
“어, 저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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