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4화. 말없는 아이, 세상을 보는 법
나는 많이 조용한 아이였다.
무리 속에서 튀지도 않았고,
손을 번쩍 들어 질문을 던지는 아이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용히 구석에 앉아
사람들의 말과 표정을 보는 걸 좋아했다.
누가 웃을 땐 왜 웃는지,
누가 말없이 밥을 먹고 있으면
그 마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나는 말없이 느끼는 쪽이었다.
어릴 땐 그게 나만의 놀이 같았다.
“얘는 왜 이렇게 말이 없니?”
어른들은 종종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 말이 꼭 흠을 지적하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싫지는 않았다.
조용하다는 건,
나만의 세계를 지킬 수 있는 작은 울타리 같았다.
학교에서도 나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모둠활동보다는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이 좋았고,
소풍 때도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보는 쪽이 더 좋았다.
뭉게구름 사이로 비행기가 지나가면
나는 가만히 그 소리를 따라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는 내게 “수줍음 많다”고도했고,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도했지만,
내 안엔 누구보다 선명한 풍경이 있었다.
말로는 다 꺼낼 수 없는 장면들.
다만 조용히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시간이 나에겐 소중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조용함은 나를 만드는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사람을 만날 때,
그가 말하는 내용보다 말하는 방식,
눈빛과 손끝의 움직임을 더 많이 본다.
그 조용한 시절 덕분에
나는 세상을 겉으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말 없는 풍경에도 이야기가 있고,
말 없는 사람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조용한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그 사람 속에도,
어쩌면 나와 닮은 오래된 이야기들이
고요하게 살고 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