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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품은 집》
5화. 웃음 많은 아이, 나의 여동생
여동생은 나보다 한 살 어렸다.
그래서일까.
어릴 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누군가를 지켜야 할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마당 한가운데서 치마를 휘날리며 뛰놀던
내 여동생이었다.
동네 어른들이 "얘는 참 웃는 상이야" 하며 볼을 꼬집으면,
여동생은 으레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 미소가 지금도 기억난다.
어린 오빠인 나에게 그 웃음은
세상에서 제일 고맙고 따뜻한 것이었다.
여동생은 집안의 막내였지만, 절대 얌전한 아이는 아니었다.
형들 못지않게 짓궂었고, 장독대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진 적도 있었다.
누나에게 혼나면 울지도 않고 되려 대들었다.
그럴 땐 내가 나섰다.
“야, 그만해. 얘 울잖아.”
사실은 울지도 않았는데, 그냥 내 손으로 끌어당겨 뒤로 숨겼다.
우리는 늘 붙어 다녔다.
학교를 같이 다니고, 개울가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봄이면 같이 쑥을 뜯고, 여름이면 같이 벌에 쏘였다.
그 모든 순간에 여동생은 항상 웃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장날에 유난히 들떠 있던 일이 기억난다.
“오빠, 나 오늘 장터 가!”
어머니가 몇 푼 쥐여준 돈을 꼭 쥐고,
고무줄로 머리를 묶고 나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나는 문 틈 사이로 바라봤다.
그게 그 애의 ‘세상 나들이’처럼 보였다.
내가 몰래 따라나선 적도 있었다.
장터에서 물건을 살 때, 사기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떨어진 골목 뒤에서 몰래 지켜봤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는데,
여동생은 날 보며 피식 웃더니 이러더라.
“오빠는 진짜… 미행도 못해.”
세월은 참 빠르다.
어느새 여동생은 어엿한 처녀가 되었고,
내가 잘 알지도 못했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시집도 잘 갔다.
남편은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여동생을 웃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참 고마웠다.
주말이면 여동생이 남편 손을 잡고 마을로 온다.
어머니가 찌개를 끓이기 시작하면,
여동생은 장작을 올리고 나를 부른다.
“오빠, 땔감 어디다 둬?”
그 모습이 여전히 동생 같다.
그녀는 아기를 안고 와서
내 무릎에 내려놓고 간다.
“오빠, 얘 봐줘. 나 찬물 좀 퍼올게.”
나는 손주 같은 아이를 안고, 그 아이 눈에서 여동생의 옛 웃음을 찾는다.
작은 손, 동그란 눈,
그 아이도 언젠가 장터에서 뛰어다닐까.
여동생은 가족 안에서 늘 특별한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 특별함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멀어지지 않았다.
도시에 살지만, 주말이면 돌아오고
힘들 땐 여전히 “오빠”를 부른다.
나는 그게 참 고맙다.
나를 아직도 ‘지켜주는 사람’으로 남겨두는 것.
그 역할을 잊지 않게 해주는 것.
이제는 그녀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마당에서 발을 구르며
“오빠!” 하고 외치던
그 웃음 많은 아이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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